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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주 제주대학교 의류학과 교수 |
열흘이 훌쩍 넘도록 슬픔과 분노, 미안함과 충격이 우리를 포박하고 있다. 어린 학생들의 희생에 '이를 어째'하는 탄식을 넘어, 날마다 밝혀지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몰상식에 어안이 벙벙하기까지 하다.
여객선의 침몰은 우리가 지켜야 할 기본 가치들을 저버린 대가로 온 것이며, 승객들의 희생과 가족의 슬픔은 가치 상실을 태반 삼아 돌연변이로 태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인간 군상들 덕분에 그 몇 배가 되고 있는 듯하다.
이 엄청난 재앙에 대해 여러 사람들이 내놓는 의견들 중에서 필자의 지인이 퍼 날라준 서울대 이준구 교수의 '탐욕이 불러온 인재'라는 글과 TV토론에서 누군가 했던 '항공사 승무원과 여객선 승무원에 대한 우리의 태도 차이가 바로 세월호 침몰 원인에 기생해 온 사회 인식'이라는 발언이 필자에겐 개인적으로 가장 가슴 철렁하게 다가온다.
이런 이성적인 분석과 함께 한없는 속죄 속에 희망을 구하는 잔잔한 마음의 물결이 전 국민의 모바일과 오프라인을 적시고 있다. '노랑 리본',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노란 리본의 유래는 여러 가지로 전해진다. 다국적 온라인 백과사전으로 정의되는 위키피디아에서 노란 리본은 유럽에서부터 유래되었다고 쓰여 있다.
"She wore a yellow ribbon (그녀는 노란 리본을 매고 있었네)"라는 싯귀는 한 여인이 사랑하는 누군가가 자신에게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노란 리본을 묶어 놨다던 전설에서 출발한다.
17세기 영국 내전에서 청교도 군대가 노란 리본을 매었다는 이야기를 비롯해서, 수세기 동안 노란 리본은 여러 국가와 지방에서 비슷한 염원을 연출하기 위한 하나의 상징으로 사용되어 왔다.
출옥한 죄수와 그를 용서하고 환대함을 알리기 위해 가족이 마을 어귀 떡갈나무에 잔뜩 매달았다던 노란 리본 이야기는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이런 동화 같은 이야기 말고도, 노란 리본은 근·현대에 들어와서도 여러 나라에서 위로와 희망, 추모의 상징으로 사용되어 왔다.
미국 군대 휘장의 공식 색상은 노랑이며 덴마크와 스웨덴, 독일에서는 파병 군대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상징으로, 인도네시아에서는 1998년 내전에서 희생당한 중국계 인도네시안들을 추모하는 의미로, 이스라엘에서는 2008년경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에게 납치당했던 한 병사를 구하기 위한 염원으로, 뉴질랜드에서는 2010년 탄광폭발로 숨진 광부들을 추모하기 위해, 필리핀에서는 마르코스의 독재에 항거하다가 암살당한 아키노 의원이 생전에 미국 망명에서 풀려나길 희망하는 뜻에서 시민들이 사용한 바 있다.
싱가포르에서 실시하고 있는 노란 리본 프로젝트가 눈에 띈다. 전과자들에게 두 번째 삶의 기회를 주기 위해 그들을 사회로 다시 받아들일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프로젝트로 매년 열리는 프로젝트 기념행사 때에도 개인적인 지원을 표시하는 의미에서 참가자들이 노란 리본을 착용한다고 한다.
우리 모두는 죄를 지은 동시에 피해자이다. 서로에게 노란 리본을 보여줘야 할 때가 아닌가. 어느 정신과 의사의 인터뷰가 생각난다. 희생자 가족과 살아나온 승객들, 돌아오지 않는 친구의 빈 자리를 바라보는 어린 학생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는 아직 오지 않았다. 외상은 계속 진행 중이다.
그 뿐이랴. 필자의 또 다른 지인이 표현했듯이, 평생 받을 충격을 압축해서 한번에 받는 듯한 하루하루를 겪고 있는 우리들도 외상을 받고 있다. 모두를 위한 속죄와 지지, 치유가 필요하다. 노란 리본은 살아있는 자들을 향해서도 달아주어야 한다.
한낱 허울로 드러난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한 배신감, 가족과 친구를 잃은 황망함으로 뻥 뚫린 공동체의 가슴에 절대 가치와 인간다움을 향한 의지가 무사히 되돌아 오길 바라며 노란 리본은 계속 달아야 한다. 어린 학생들의 영혼이 빛이 되어 돌아올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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