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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이나 논리학에서 사용하는 항목 중에 ‘반사실조건문’이라는 것이 있다. 조건이 되는 선행절이 사실이 아니고 결과로 나오는 후행절도 사실이 아닌 조건문이다. 우리말에서는 ‘∼었더라면’으로 접속된다. ‘내가 그 비행기에 타고 있었더라면 오늘 이 자리에 없다’, ‘내가 새라면 하늘을 날아갈 텐데’와 같은 조건문이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온 국민이 먹먹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뉴스의 내용은 대부분 ‘반사실조건문’으로 가득하다. ‘학생이 신고 전화를 했을 때 바로 해경이 출동했더라면 아이들은 다 신나는 수학여행이 되었을 텐데’, ‘퇴선 방송만 했더라면 아이들은 다 구조되었을텐데’．
이번 사고에서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맨 먼저 탈출한 선장의 행동이다. 내가 선장이었더라면 어떻게 했을까? 결과가 달라지는 반사실조건문을 수없이 말할 수 있다.
최근 일본 인터넷상에서 화제를 모은 뉴스는 어느 고등학교 여교사가 자신의 아들 입학식에 참석하기 위해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의 입학식에 결근을 했다는 내용이다. 이 교사는 미리 유급휴가를 신청했고 자신이 담임을 맡은 신입생에게는 다른 교사를 통해서 입학식을 함께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유인물을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이를 접한 해당 지역 교육청은 그 교사에게 ‘주의’를 주었다． ‘입학식에 담임이 없다는 것은 신입생과 학부모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다. 신입생이 안심하고 학교생활을 시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교육감의 경고 내용이다. 지역 교육청이 확인한 결과 그 지역에서 이번에 자녀의 입학식에 참가하기 위해 자신의 근무학교를 결근한 고등학교 1학년 담임은 총 3명이었다．
여론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담임이 지각이 없고 교사의 윤리관이 결여되어 있다는 의견과 교사도 시민으로서의 권리가 있다는 의견이다. 후자의 의견은 노동자로서의 교사는 유급휴가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교육청에 접수된 147건의 의견 중에 해당학교의 교장의 책임 관리에 대한 비판과 교사를 질책하는 의견은 82건이었고 그 교사의 사정을 이해하겠다는 의견이 65건이었다고 한다. 이 교사를 옹호하는 의견이 많다는 것은 교사를 스승으로서가 아니라 한 직업인으로만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행히 우리 주변의 여러 선생님들에게 이 경우를 물어본 결과 자식의 입학식에 가기 위해 근무처 학교를 결근하겠다는 분은 한분도 안계셨다. 주변의 여러 선생님은 교직을 노동자로서 권리보다는 가르치는 사람으로서의 책임감이 우선하는 직업으로 느끼고 있었다.
세월호 침몰사고에서도 이 ‘책임감’ 하나만 있었더라도 결과는 달라졌을 텐데, 반사실조건문으로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사고 수습에 있어서도 각자가 책임감을 보여주었더라면 국민이 이렇게 허탈하지는 않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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