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강희경 제주한라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
지난 4월 15일 밤 9시 인천항을 출발한 ‘세월호’는 아직도 제주항에 닻을 내리지 못하였다. 아무런 죄목 없이 세월호에 갇힌 아이들을 구조할 장비도 기술도 인력도 결국 우리 사회에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정부의 총체적 무능은 설마 했지만 믿을 수 없는 사실이 되고 말았다. 전 국민의 눈앞에서 어린 생명들이 하나씩 둘씩 주검이 되어 돌아오는 과정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이십여 일이 지나도록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무능함은 동거차도 앞바다의 검붉은 바닥으로 추락해 버린 아이들과 함께 우리를 한없이 가라앉게 만들고 있다.
세월호의 시간을 되돌려 놓을 수 있도록 내가 만일 시간여행이 가능한 초능력을 갖고 있다면, 어디서부터 시간을 돌려놔야 할까?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방송을 듣고 가만히 있었다는 아이들, 충분히 위험을 직감했음에도 단지 너무 착해서 철석같이 어른 말만을 믿고 객실 칸막이에 웅크리고 앉아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던 아이들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우리가 아이들을 이렇게 키우고 가르쳤다.
우리 사회는 안산 단원고 아이들이 사라진 빈 교실, 아이들 대신 하얀 국화가 착하게 책상 위에 가만히 놓여 있는 빈 교실 같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은 우리 아이들에게만 없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이 참사의 원인을 잘못된 판단에 의한 초기 대응 실패라 지적한다. 제 자신의 책무를 망각한 선장의 탓도 있지만, 우리 사회의 자율성 부족이 더 큰 원인이다.
한국해양경찰도 안전행정부 공무원들도 위에서 시키는 것만 기다리다 자율적인 대처를 못한 것이다. 우선 대통령부터 관료주의와 가부장주의로 재단한 제복을 입고 수직적인 시스템으로 대한민국호를 운항하고 있다.
일방적인 명령하달만 있을 뿐 상호토론과 자율성이라는 평형수는 과적을 숨기기 위해 반의반만 채웠다. 대한민국호를 이대로 방치했다간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로 이어질 지도 모른다.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보는 것보다 앞으로 다가올 시간이 더욱 암담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비정상적인 우리 사회에서 개인은 힘이 없기 마련이다. 이미 전직 청해진해운 직원이 안전 문제 등을 제기했다지만 정부는 민원을 진지하게 숙고하려는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았다.
또 세월호 선장이나 승무원들이 계약직이 아닌 정규직으로서 노동조합 같은 단체에 가입할 수 있었더라면 조직화된 집단의 목소리로 미리 이 부분에 대해 제동을 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우리의 언론들은 무엇을 했는가. 업계의 비리는 의당하다고 묵인됐고, 관료 집단은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한 카르텔을 구축하며 부패해 있었고, 정부의 재난 대응은 그야말로 ‘속 빈 강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판을 위한 언론의 스피커 기능은 오작동 되고 있었고, 그 결과 대한민국호를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쳐버리고 만 것이다.
결국 민주사회 시스템을 지탱하는 민주적 결사체와 정상적 언론이라는 두 개의 기둥이 무너진 것이 대한민국호를 침몰하게 한 세월호 참사의 결정적 원인이다. 그리고 이의 뿌리 깊은 책임은 당연히 정부에 있다.
많은 이들이 걱정한다. “세월호 참사의 상처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답을 정리하는 일은 아직 이르다.
지금도 아이들을 바다 속에 둔 부모들은 이제 사랑하는 자식의 시신이라도 품어보는 것이 유일한 소원이 되어버렸다.
지금은 그들과 함께 더 많이 아파하고 분노해야 한다.
이 비극의 참상을 규명하는 자리에서 우리를 향한 질책과 무거운 침묵의 소리를 쏟아낸다 해도 그 앞에서 그들의 울분과 신음소리를 하나도 놓치지 말고 마주해야 하는 시간이다. 세월호의 모든 것에 대해 머리와 가슴에 또박또박 기록하고 기억해야 하는 시간이다.
무엇보다 당장은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들께 진심어린 반성과 위로를 드려야 하는 추모의 시간이다. 엄마, 아빠, 다정했던 가족들의 그리움과 아득할 기억만으로도 우리의 어린 붓다들은 서방정토 극락에 왕생해 있을 것이다.
틀림없다. 그리고,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 저작권자 © 제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