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영주(명예문학박사/문학평론가)

한국의 종소리는 마음으로 듣는다.

「경덕왕은 신라에서 가장 크고 여운이 멀리 퍼져 나가는 종을 만들라고 ‘일진’이라는 사람에게 명한다. 이에 일진은 용이 구름을 타고 하늘로 승천하는 무늬를 종 에 그려 넣어 우아하게 만들었으나 소리가 나지 않았다. “정성이 부족한 게야.” 봉덕사 스님들은 꿈속에서 들은 이상한 소리를 해몽해 본 결과 어느 집 아이를 시주 받아야 한다는 소름 끼치는 말이었다. 그 후 혜공왕은 아이의 어머니를 설득하여 그 아이를 끓는 쇳물 속에 넣고 종을 만들어 치니 “엄마아”라며 어머니를 부르는 소리처럼 들렸다. 이 소문이 퍼져 종을 치면 “에밀레”라는 소리를 낸다하며 “에밀레종”이라 불렀다. 또한 봉덕사라는 절에 있었기에 “봉덕사종”이라고도 한다.」

에밀레종이 생겨난 전설이다. 에밀레종의 전설에는 그 당시 백성들의 고난이 역사가 들어있다. 경덕왕은 드센 귀족들의 왕권에 대한 도전을 석굴암, 불국사를 창건하여 무마했고 혜공왕은 에밀레종을 완성시켜 신라의 문화예술을 꽃피웠다.

여기서 잠깐, 그러기에 한국의 종소리는 은근하고 여운이 길어 엄숙함과 장중함을 느끼게 하는 반면 서양의 종소리는 위험을 알리는 경고이자 시작과 끝을 알리는 강요의 용도에서 소리가 높고 급하다.

 「산모퉁이 바로 돌아 송학사 있거늘/무얼 그리 갈래갈래 깊은 산속 헤매나/밤벌레에 울음계곡/달빛 곱게 내려 앉나니/그리운 맘 님에게로 어서 달려 가보세….」송학사 노래 가사이다. 송학사는 절이다. 한국의 종은 완만한 형태로 아랫부분이 항아리를 뒤집어 놓은 모양이다. 종은 밖에서 친다. ‘어서 달려 가보세’에서 그렇게 급함을 느껴지지 않는다.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달리는 기분 상쾌도 하다/종이 울려서 장단 맞추니 흥겨워서 소리 높여 노래 부르자/종소리 울려라 종소리 울려 우리 썰매 빨리 달려 종소리 울려라/종소리 울려라 종소리 울려 기쁜 노래 부르면서 빨리 달리자」징글벨 노래 가사이다. 징글벨은 교회를 연상하게 한다. 서양의 종은 몸통선이 부드럽고 아래가 벌어진 형태로 이루어 져 있다. 종은 안에서 친다. ‘빨리 달리자’에서 급한 모습을 연상케 한다.

필자는 한국과 서양의 민족성을 종소리에 대비 시켜 보려한다.

서양의 민족성은 주어진 규칙과 정해진 시간을 잘 따르라는 의미를 종소리에 담아 놓았다. 반면 한국은 은근하게 퍼져 나가는 인내와 겸손의 미덕의 민족성을 종소리에 담았다. 그러기에 어떤 긴박한 상황이 발생 했을 때 나타나는 성향이 서양에서는 강요의 주어진 법칙을 준수한다. 동양에서는 겸손의 미덕을 준수한다.

 종소리와 민족성을 대비 시킨다는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그렇지만 최근 한국의 세월호 사건을 보며 지난 서양의 타이타닉호 사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타이타닉호는 얼음 바다가 삼켜 버린 배이다. 배에는 2,224명이 승선해 있었다. 이중에는 갑부들도 승선했지만 이민자들도 많이 타고 있었다.

세월호는 진도 앞바다가 삼켜버린 배이다. 배에는 476명이 승선해 있었다. 이중에는 일반 승객들도 있었지만 고등학생들도 많이 타고 있었다.

사고가 났을 때 타이타닉호의 하층 객실에 있는 승객들에게는 그대로 있으라는 명령을 한다. 그 결과 1등실, 2등실, 3등실 순서로 생존율이 차이가 났다. 세월호에서는 학생들에게 그대로 있으라는 안내 방송을 한다. 그 결과 선원들의 생존율이 가장 높고 그 다음이 일반 승객들, 나머지 생존율이 가장 낮은 학생들이라는 점에서 닮았다.

그러나 여기서 다른 점을 직시하려 한다. 타이타닉호의 선장은 자신의 분신 같은 배와 함께 장렬히 사망한다. 세월호의 선장은 계약 기간, 봉급 만큼 애착심을 가졌는지 제일 먼저 탈출하여 살아난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서양의 종은 안에서 친다. 안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종은 밖에서 친다. 밖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내실주의와 보여 주기식이 차이점이다.

보여 주는 것과 내실의 차이…. 우리는 혹시 밖에서 보이는 면을 중시한 형식주의에 치우쳐 안에서 다져져야 할 무엇인가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학교 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예전에 부르던 학교종 노래 가사이다. 그 시절 그 추억을 돌이켜 보자. 종은 위가 좁고 아래가 벌어진 형태이다. 종은 안에서 친다. 서양 종인 셈이다. 땡 하고 한번 치면 쉬는 시간이다. 땡땡하고 두 번 치면 시작 시간을 알린다. 땡땡땡 세 번 치면 운동장에 모이라는 소리다. 종을 여러 번 치면 비상사태이다. 이 때는 모든 걸 중지하고 종소리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몸에 달고 다니는 규칙과 질서는 내실 있는 교육에서 출발 했음이다. 형식주의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