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순복 동화작가

어제 노인대학 어르신들을 모시고 오래 전에 만들어진 <그대를 사랑합니다>라는 영화를 보았다.

송재호와 이순재, 윤소정, 김수미 등이 열연한 영화인데 대중적인 서민들이 어떻게 늙어가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삶을 받아들이며 살아내는가를 말하려고 했던 것 같다. 우선은 이 영화를 만들어 준 감독과 배우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현대사회는 황혼이혼이라는 단어가 남발하고 어쩌면 당연하다는 듯이 이 땅의 어머니들은 자녀가 장성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자녀들의 결혼과 함께 이혼이라는 말을 너무나 쉽게 꺼내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다.

황혼이혼!

젊어서 남편으로부터 부당하게 받은 대우, 폭언과 폭력과 무관심 등 우리 어머니들의 가슴에 가시 하나 박아 놓고 여자는 그렇게 살아야한다는 고정관념으로 평생을 피멍이 들게 한 값일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삶이란 것이 어디 여자만 속상하고 여자의 가슴만 까맣게 타는 것이랴. 

끝도 없이 경쟁해야만 살아남는 이 부조리한 사회 속에서 우리의 아버지들도 가정과 식구들을 챙기기 위하여 아무도 몰래 흘린 눈물은 얼마나 되었을지 생각해 볼 일이다.

어렸을 때는 어머니들이 너무나 가엾고 왜 여자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헌신의 삶을 살아야하는지 부당해 보였고 그러기에 결코 남자로 인해 손해 보는 삶을 살지 않으리라 결심하고 살아왔다. 그런데 그 까짓것 손해 좀 보면 어떻고 이익을 본들 무엇이 그리 크게 달라졌으랴?

가난하면 가난한 대로 서로 보듬고 걸어야 하는 길이 값진 삶이거늘 우리는 언제나 내 자신을 우선시하고 주위를 둘러 볼 겨를 없이 숨가쁘게 달려오면서 가정이라는 너무나 소중한 가치를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심연 깊숙한 곳에서 외롭다고 외치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아버지는 작은 가시가 아프다는 어머니의 투정을 너그러이 받아주며 길을 걷다가 아프면 아픈 다리 어루만지며 그렇게 살아야 한다.

이제라도, 이 순간부터라도 우리의 어머니와 아버지들은 서로를 존중하며 서로에게 못 다한 사랑한다는 말을 해야 한다. 그것이 지금 만연한 황혼이혼을 줄이는 방법이고 길이다.

어머니! 그대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다. 그러니 남편들을 용서해야만 하는 것이다. 어머니이기 때문에 복종하라는 것이 아니라 한없이 위상이 추락하여 고개조차 들 수 없는 아버지들을 가엾이 여기자는 것이다.

그 동안 허비한 여자의 삶과 시간이 너무나 억울해서 도저히 용서가 안 되는 어머니들이여! 생각조차 하기 싫은 내 남편을 향하여 다시 태어나도 ‘나는 당신과 같이 살겠다’는 말을 억지로라도 해 보라.

나의 남편과 나의 아내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로 여기며 서로를 받쳐 주고 의지하며 함께 걷는 것이다. 비록 죽을 때 함께 하지 못할지라도 나에게는 당신이 전부였다고 말할 수 있게 애절하게 사랑하라. 세상의 아버지들이여, 아내를 사랑하고 아내를 위해 봉사하라.

세상의 어머니들이여! 남편을 이해하고 남편에게 잘하는 것을 맹목적 순종이라고 생각마시길. 그저 아름다운 노년이란 괭이같이 얼근 손이라도 잡아 줄 힘이 남았을 때, 아직 체온이 차가워지기 전에 두 손 꼭 마주 잡고 한 곳을 보고 같이 걷는 것이 진정 아름다운 노년이다.

얼마 전 필자를 딸처럼 보살펴 주셨던 아버지 같은 분이 돌아가셔서 장례를 치르고 왔다. 평소 정분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돌아가실 때까지 알뜰살뜰 남편을 내조하시며 임종을 홀로 지키신 한국의 어머니!

왜 그런 천대를 받으면서 그러셨냐고 물으니 아이들 아버지잖아 라고 답하셨다.

과연 나는 그럴 수 있을까? 젊었다면 그리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인생의 절반을 넘고 보니 용서 못할 일도 없고 이해 못할 일도 없다. 친구도 좋고, 애인도 좋고, 부부면 더욱 좋다.

두 손 살포시 마주 잡고 어느 한적한 바닷가에서 석양을 바라보는 노년의 뒷모습을 상상하며. 남은 시간을 둘이서 차곡차곡 준비하는 아름다운 어른들이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