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말부터 제주지역을 한바탕 뒤흔들었던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작업이 일단락되었다. 제주특별자치도 내 산림관련 기관의 행정력이 총 동원된 말 그대로 전쟁이자 사투였다. 지난 주 제주도의 발표에 의하면 약 54만본 이상의 소나무를 제거했다고 한다(참고로 제주지역에서 방제한 소나무들은 곰솔 혹은 해송으로 불리는 수피가 검은색을 띤다. 용어상 소나무라고 하는 것은 수피가 붉은 ‘소나무’, 혹은 적송이라고 하는 것이다. 두 수종 모두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린다).

직업이 산림과 관련되어 있다 보니 이런 질문들을 간혹 받게 된다. 하나는 이번 재선충병작업을 통해서 벌채된 소나무들을 그냥 내버려두어 자연적으로 분해되도록 놔두면 안 되느냐고 말이다. 아마 벌채한 소나무를 반출하는 과정 중의 자연훼손이 걱정되어 물어보시는 듯하다. 하지만, 이 경우 안 된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 이 병의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의 유충이 베어진 곰솔 안에서 우화되어 바깥으로 나오는 순간 재선충병은 다시 확산되게 되고 그 동안의 방제작업은 헛수고가 된다. 잘게 부수기(파쇄), 불에 태우기(소각), 약품처리(훈증이라고 하는데, 제주도에서는 토양이 적고 바람이 많기 때문에 여건상 안 하도록 하고 있다)가 소나무재선충병의 표준 매뉴얼로 되어 있다.

다른 한 질문은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와 연관된 것인데, 이렇게 열심히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작업을 하고 난 이후, 앞으로 제주지역에서 소나무는 다시 계속 살 수 있을 것인지, 살아나서 번창할 것인지 하는 소나무의 미래를 묻는 질문이다. 질문의 의중을 짐작컨대, 여러 가지 원인, 예를 들어 기후변화, 온난화의 가속화에 의해 병해충은 더욱 자주 큰 규모로 창궐할 것이고 결국 소나무는 쇠퇴하다가 결국 멸종하게 될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으로 파악된다. 단도직입적으로 그렇다고 대답하는 것은 적절한 태도는 아니지만,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의하면 소나무는 한반도에서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확연히 세력이 약화되면서 분포면적이 감소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소나무는 병해충의 피해와 다른 수종과의 생존경쟁에 밀려 점차 고산지대로 피신하는 신세가 될 것이다.

제주도의 용암숲 곶자왈에도 곰솔림이 존재한다. 2007년 국토연구원이 작성한 ‘제주도 관리보전지역 재정비 용역보고서’ 자료에 의하면, 곶자왈 전체 면적을 109.86 ㎢ 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이 중 곰솔림의 면적은 7.84㎢ 로서 곶자왈의 약 7.1%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이번 소나무재선충병은 곶자왈 지역에 분포하던 곰솔림에도 많은 피해를 주었고, 이들에 대한 방제작업도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곶자왈 숲의 모습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가?

곶자왈 숲의 특징 중 하나는 녹나무류와 가시나무류 등으로 대표되는 상록활엽수림이 있다는 것이다. 바꿔 말해 천연의 상록활엽수림을 볼 수 있는 곳이 제주도의 곶자왈이다. 국토연구원의 보고서를 다시 인용하면, 곶자왈 내에 분포하는 상록활엽수림 면적은 11.87㎢ 로 약 10.8%를 차지하고 있다. 곶자왈에서 가장 많은 식생은 때죽나무, 예덕나무나 팽나무 같은 낙엽활엽수림으로서 분포 면적은 33.5㎢ 로 약 30.5% 정도이다.

기온이 계속적으로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곶자왈에서 가장 많은 분포를 차지하고 있는 낙엽활엽수림은 점차 줄어들고 상록활엽수림은 증가하게 될 것이다. 소나무(곰솔)의 분포도 점차 줄어들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런 변화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확연하게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소나무재선충병과 같은 치명적인 병해충의 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그 변화되는 모습을 금방 알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자연의 변화를 달가와하지 않는 분들도 계시다. 곶자왈이 변하고 있다는 것, 내가 좋아하는 소나무가 사라진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수 도 있지만, 이를 인정하고 새로 등장하는 식물도 반기고 인정하는 넉넉한 마음도 있어야 할 것 같다. 일본이나 대만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이후에야 곶자왈에서만 아주 희귀하게 발견되는 빌레나무와 같은 식물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도, 앞으로 곶자왈에 출현할 새로운 식물을 기대하는 것도 즐겁고 희망적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