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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양도는 한림읍에서 북서쪽으로 약 3km 지점에 있으며 고려 목종5년(1002)에 화산폭발에 의해 만들어진 화산섬이다. 유일하게 1002년, 1007년 화산활동 시기가 기록되어 있는 섬이어서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알려져 있다. 섬 중앙 높이는 114m이며 비양봉과 2개의 분화구가 있다.
1995년 8월26일 제주도 기념물 제 48호로 지정된 비양나무 자생지가 있다.
배로 15분 거리에 있는 비양도로 향했다. 잔잔한 호수 같은 바다를 하얗게 물살을 가르며 배가 간다. 이해가 엇갈릴 때 비양도와 한림 항처럼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힘찬 엔진소리를 내는 배 한 척 먼저 띄우면 어떨까.
배는 지금 우리들의 일상을 벗어나는 일을 위해 물살을 가르고 있다. 일상을 조금 벗어나면 감사할 것도 많고, 반성할 것도 많아진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에 서면 나의 존재는 미약하기 그지없다. 새나 물고기보다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생각의 날개만은 자유로워 비양도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을 실어 펼쳐본다.
쪽빛 고운 물살을 바라보노라니 비양도가 금방 친숙하게 다가온다.
오름 앞에 마을이 옹기종기 한림항을 향해 모여 있는 풍경은 정답다. 바닷가 마을에는 바다만의 냄새, 색채, 소리, 풍경이 있다. 섬에 살면서도 낯설게 느껴지는 바닷가 마을만의 특색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오름 산행에 앞서 섬을 구경하기 위해 해안가를 따라 걸었다. 한 시간정도면 느긋하게 한 바퀴 도는데 별 어려움이 없다. 천연기념물 제439호로 지정된 애기 업은 돌은 용암내부에 발달하는 가스들이 배출되면서 형성되는 구조로 이 또한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알려져 있다. 바다에 우뚝 솟아있는 코끼리 모양의 바위며 굴뚝모양으로 솟아 있는 독특한 바위를 구경하며 해안가를 걷는 것은 비양도를 느끼기에 좋은 경험이 된다. 화산섬의 특징인 붉은 흙이 오름의 군데군데 흘러내린 모습이 태풍에 할퀸 상처 같아 애처롭다.
산나리꽃이 한창이다. 꽃을 한껏 피워 올린 모습이 초록의 자연 속에 신선한 감동을 안겨준다. 한 바퀴를 거의 다 돌면 나무 테크 시설과 정자시설이 되어 있는 펄랑못을 만나게 된다. 펄랑못은 땅속에서 바닷물이 밀물 때 솟아오르고 썰물 때는 내려가는 바다연못이다. 환경부 보호야생식물 41번 아욱과의 황근과 희귀식물인 해녀콩을 볼 수 있다. 해녀콩은 보랏빛 꽃을 피우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연못위로 나무다리를 만들어 놓은 그곳에서 오름과 바다와 산나리꽃을 보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아름다운 자연과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휴식은 삶을 더욱 감사하게 한다.
오름은 마을 안 길로 들어간다. 밭에는 고구마며 고추, 호박, 옥수수가 심어져 있다. 가을을 준비하는 손길이 느껴진다. 좁은 돌담 길을 따라가면 협죽도를 만난다. 꽃이 한창이다. 길은 협소해서 나란히 걷기는 무리다.
벌써 내려오는 일행들과 마주친다. 인사하고 양보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자연은 우리에게 너그러움을 선사한다. 산을 좋아하는 이유로 경계는 사라지고 양보와 배려가 싹튼다. 길이 좁으면 비켜주고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주고 자연스레 인사를 주고받는다.
그런 배려의 마음은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올 충분한 가치가 있다. 산에서만 행해지고 끝날 필요가 없다. 우리는 모두 인생의 산을 넘고 있고 자신만의 섬을 가지고 있다. 섬에 사는 것은 외로움과 싸워야 하는 일이며, 고립을 극복해야 하는 일이다. 나름의 방법으로 고립의 산을 넘고, 외로움의 산을 넘고, 한계의 상황을 극복하며 자신을 길들이고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발견한다. 섬에 살면서 또 다른 섬을 보길 원하고, 더 큰 세계를 꿈꾼다. 자연 앞에서 나누었던 자연스런 배려의 마음이나 양보가 또 다른 세상을 보는데 방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산행을 마치고 배를 기다리는 동안 포구의 쉼터에서 바다 소리와 포구에 정박한 배를 감상하며 휴식을 취하는 것도 신선하다. 포구에 몇 척 묶여 있는 작은 배들이 물결에 흔들리고 있다. 우리의 삶의 어떤 부분들은 저 배의 끈처럼 묶여 있고 때론 흔들린다.
그래서 여행을 꿈꾸는지도 모른다. 삶의 느슨한 부분을 더욱 조이고, 삐걱거리는 부분을 기름칠 하여 재조명 할 시간을 얻을 수 있다. 내가 속한 곳을 떠나 삶을 들여다보면 좀더 애틋해지는 것이 생겨나기도 한다. 그래서 여행은 사람을 현명하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쪽빛 바다와 해안가 산책, 주홍빛 선명한 산나리꽃과 독특하게 솟은 바위들과 오름 산행이 비양도를 떠올릴 때마다 생생하게 그려질 것이다. 양 금 희(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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