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C조 코트디부아르와 콜롬비아의 경기 시작 전 코트디부아르의 세레이 디에 선수는 자국의 국가가 나오자 감정이 복받쳐 올라 눈물을 흘렸다.

이 선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인생의 고달팠던 힘든 시기가 떠올라 감정이 복받쳤고 국가를 위해 뛸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이 장면을 보고 축구 팬이라면 누구나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북한 선수로 월드컵을 나간 정대세 선수의 눈물을 떠올렸을 것이다.

정대세도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국가가 나오자 이 무대에 서있다는 것에 대해 벅찬 감동을 느꼈다. 축구를 시작한 이후 이런 대단한 무대에 설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눈물의 의미를 밝힌 바 있다.

2014년 코트디부아르의 세레이 디에와 2010년 북한 대표 정대세의 눈물의 의미는 다르다. 세레이 디에의 ‘국가를 위해 뛰는 기쁨의 눈물’은 정대세에게는 없었을 것이다. 정대세는 한국 국적이지만 한국 대표로 뽑히지 못해 북한의 대표로 월드컵에서 뛰었다. 그만큼 월드컵 무대는 꿈의 무대인 것이다.

정대세의 눈물이야말로 진정한 스포츠인의 눈물이다. 세레이 디에의 눈물은 어딘가 내셔널리즘을 느끼게 한다. 월드컵 무대에 선 축구선수는 전장에 나간 군인이 아니다.

국가간의 축구경기는 전쟁에 비유된다. 또 월드컵 축구는 내셔널리즘을 바탕에 깔고 흥행을 노리는 행사다.

축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국가간 대항인 월드컵 시기에는 축구를 시청하고 젊은이들은 거리응원을 나가 하나가 된다. 국어책이나 한국사책에서보다 더 쉽게 애국심을 고취할 수 있는 순간이다.
아르헨티나에서 마라도나가 영웅인 이유는 마라도나가 축구를 잘하기 때문이 아니라 잉글랜드에 복수를 해 주었기 때문이다.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어 영국과의 포클랜드 전쟁에서 진 한풀이를 해 주었다. 영웅의 의미는 여기에 있다.

역사상 오랫동안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유럽에서는 국가간 대항이 한풀이 경기가 된다. 독일과 네덜란드,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등. 내셔널리즘을 부추기는 한풀이 시합은 인근 나라끼리 대항하는 월드컵 예선에서 더 두드러진다.
1970년 FIFA 월드컵 예선전 엘살바도로와 온두라스의 경기는 두 나라의 정치적 갈등에 기폭제가 되었다.
이 두 나라는 이민자 문제, 경제 문제, 영토 문제 등으로 갈등이 있었고 엘살바도르군이 1969년 7월 14일, 온두라스를 전격 침공하면서 전쟁이 시작되었다. 그 유명한 100시간 전쟁이다. 이 전쟁으로 엘살바도르는 주변국들과의 무역이 끊기면서 경제적 타격을 입었고 온두라스는 국토의 일부가 초토화되는 피해를 입었다.

축구 한일전도 마찬가지다. 역사적 한풀이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축구 시합에서 일본에게 지는 것은 국민적 스트레스다.
월드컵에서의 패배는 어디까지나 스포츠에서의 패배에 지나지 않는다.

민족의 우열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셔널리즘이 팽배한 탓에 축구의 승패와 국가의 자존심을 결부짓는 나라가 많다. 특히 전통적인 축구 강대국, 국제적으로 고립된 나라,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나라에서 이런 경향이 있다.

월드컵 무대는 거기에 섰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정대세처럼 남자의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에 충분하다.
월드컵에 나간 것으로 정대세는 한을 풀었다. 여기에 국가가 개입되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