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대정읍에 가면 ‘조선 막사발’로 알려진 ‘이도다완’을 그리는 화가가 있다.

양수리에 터를 잡고 작업과 전시, 미술 잡지 편집주간, 갤러리 운영 등으로 숨가쁜 나날을 보내다 지난 해 제주로 이주한 금다화 화백(54)이다.

▲ 금다화 화백

이도다완은 조선의 도공들이 요강도 만들고 이것저것 만들면서 하루에 1000개씩 막 만들어내던 건데 그걸 만들던 사람들의 애환과 순수한 마음과 질박한 손맛은 누구도 흉내를 못 냅니다.

그러던 것이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건너가 거기서 국보로 지정돼 ‘대덕사’에 갇혀있으니 이제는 마음대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게 됐답니다.”

조선 막사발의 가치를 알아보고 일본이 자기네 국보로 삼아버린 이야기를 전하며 금 화백은 가눌 길 없는 씁쓸함을 표했다.

“다완은 한국의 정한(情恨)이 흙과 물과 불로 다시 태어난 것이고, 그것이 제 그림으로 다시 태어나 금다화의 자화상이 됩니다. 다완의 오돌토돌한 매화피와 흘러내린 유약 자국에서 여성의 젖가슴을 봅니다. 거기에 강한 명도대비를 더해 어두운 곳에서 차고 올라오는 희망을 표현하는 거지요.”

금 화백의 작품은 한점 한점 마다 간절한 사연이 깃든 시화(詩畵)이다. 

이도다완을 계속해서 작업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겠지만 제주에서 새로이 만난 돌들의 형상을 다완 작업에 접목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돌 속에 섬뜩한 군상들이 살아 있고 그들이 내지르는 아비규환의 아우성이 들려옵니다. 제주가 ‘신들의 섬’임을 날마다 실감하며 지내요. 이사한 지 1년 뿐이 안 되었는데 그동안 너무 많은 걸 봐서 제주에 오래 산 것처럼 느껴져요. 제주가 날 젖 먹이고 있어요. 조금 있으면 말도 하고 잘 걸을 것인데 제주가 남편에게 양육비를 청구할지도 모르겠네요.(웃음)”  

금 화백이 그동안 작업한 이도다완 그림과 제주 풍경을 담은 도자기 작품은 올해 말 서귀포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