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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드디어 민선 6기 제37대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체제가 출범한다. 원 지사는 무엇보다 세대교체를 바라는 도민들의 성원에 의해 50세 젊은 나이에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이끌어갈 영광스런 자리에 앉게 됐다.
세대교체란 단순히 십 수년간 제주사회를 좌지우지해 온 이른 바 제주판 3김시대의 청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전임 도지사들도 나름대로 많은 일들을 했지만, 더 원대한 제주발전을 위한 새로운 수혈이 필요했다.
과연 원 지사가 이러한 도민들의 여망을 잘 읽고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그의 당선 후 보여온 면면을 보면 ‘매우 그렇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내리기엔 이른 것같다.
우선 새도정준비위원회가 결정한 원 도정의 도정목표 ‘자연·문화·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제주’는 아주 신선하다. 도정 방침으로 정한 ‘협치, 새로운 성장, 더 큰 제주’ 역시 소통을 통해 지역발전을 가속화하려는 뜻이 잘 내포돼 있다.
새도정준비위가 제안한 123건의 정책들도 눈길을 끈다. 대부분 일상에서 느끼는 문제와 현안들을 나열한 측면도 없잖아 보이지만, 환경도시와 자치·안전 문제에 비중을 둔 제안들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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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작 원 지사가 강조하는 수평적 협치(協治)를 통한 주민주도의 도정 구현에 대한 설득력은 여전히 약하다. 새도정준비위는 행정시장 권한 및 읍면동 자치 강화, 주민참여 예산제 강화 등을 통해 협치 도정을 실현한다는 등의 협치정책을 원 도정에 제시했다.
물론 원 도정이 새도정준비위가 제시한 정책 123건을 모두 수용할지, 부분적으로 받아들일지와 협치정책을 전면 수용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제시된 협치정책의 내용을 보면 그 동안 원 지사가 추구하겠다는 협치의 본질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진정한 협치는 풀뿌리민주주주의가 전제돼야 한다. 아무리 주민주도의 수평적 협치를 한다 해도 주민대의기관인 기초의회를 통한 주민주도의 지방자치보다 더 확실한 협치는 없다.
원 도정은 기초자치단체 대신에 행정시장의 권한을 강화하고 읍면동의 자치를 강화한다지만, 기초자치의 본질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는 제도에 불과할 것이다. 역시 주민의 손으로 직접 선출한 시장이 자치권을 행사하는 자치단체와 시의원으로 구성된 기초의회라야 진정한 협치의 동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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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 강조하거니와 협치는 기초자치단체와 기초의회를 전제로 해야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 솔직히 기초지방자치가 운영되는 다른 지방에서의 협치는 성공을 기약할 수 있을지 모르나, 행정시 체제의 제주에서는 자칫 실험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원 지사는 선거과정에서 행정시장 직선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으며, 기초의회 부활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히지 않았다. 진정한 협치를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이 문제에 대해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도지사의 권한이 상당 부분 행정시장에게 넘어간다한들 도지사에 의해 임명된 시장이 얼마나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읍면동 자치를 강화하겠다는 것도 생색내기와 선언적 의미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원 지사에게 당부한다. 민선 5기 우근민 도정이 실패한 시장 직선제를 계속 추진하면서 시의회까지 부활하는 문제를 신중히 검토해 주기 바란다. 그래야 모든 도민이 협치의 진정성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특히 원 지사는 이전 민선지사들과 달리 중앙정치권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다.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할 의지만 확고하다면 국회에서의 관련법 개정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앞으로 4년 재임기간에 기초자치제의 부활을 통해 협치를 성공시키는 도지사로 기록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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