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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브룩크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의 배경음악인 A love idea를 매우 좋아하게 되었다. 바이올린 선율이 주는 분위기는 동양적이면서도 경건한 느낌을 준다.
바이올린만이 표현할 수 있는 간절함과 애절함이 과거의 향수를 불러들여 애잔하게 한다.
간간히 들리는 피아노 반주는 바이올린 선율을 더욱 부드럽게 하고 음악의 흐름을 완만하게 이어준다. 우리 삶도 혼자서 연주해야 하는 많은 부분들이 있다. 연주를 듣고 아름다움과 감동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교류가 있어야만 연주의 진가가 발휘된다. 서로 다른 악기가 만나 조화를 이루기 위한 부단한 연습과 최상의 화음을 위한 조율이 필요하다.
친구와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 우리는 약간의 언쟁으로 매우 서먹한 사이가 되어버렸다. 서로가 어떤 계기를 만들어 화해하고 예전의 관계를 회복해야 했지만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의 대립은 우리의 오랜 우정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말았다. 친구의 냉정한 말에 상처를 입어 상심이 커 선뜻 화해의 손을 내밀지 못하고 관계회복보다는 그곳을 떠나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서먹한 관계가 며칠 지속되던 어느 날 매장에 들어서고 몇 걸음 옮기지 않았을 때였다. 음악소리가 들리지 않았었는데 갑자기 A love idea의 장엄한 물결이 200여 평 매장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 웅장하고 장엄한 선율에 그만 그 자리에 못이 박혀 버렸다. 2층 사무실에서 내 모습을 지켜보는 친구가 보였다. 우리들의 서먹한 관계를 회복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던 친구가 이 음악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화해의 표시로 내 마음을 흔드는 비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것은 즉시 효과를 발휘했다. 상처는 눈 녹듯 사라지고 말았다.
먼저 손을 내밀지 못한 내 마음의 좁음을 뉘우쳐야 했다.
가끔 너무 늦게 깨달음을 얻을 때가 있다. 그래서 길이 엇갈리고 너무 멀리 지나쳐서 돌아갈 수 없는 후회의 기로에 설 때가 있다. 마음의 부주의가 먼저 손을 내밀어 사과할 기회마저 놓쳐버리고 미련이 그 자리에 남아 끊임없이 반성하게 한다.
맑고 푸른 날을 좋아하는 나와 달리 친구는 흐린 날을 좋아했다. 다른 취향을 가졌어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
비가 오는 날은 우산을 같이 쓸 수 있어서 좋았고, 눈 내리는 날은 눈을 같이 볼 수 있어 좋았던 것처럼 서로 다름 속에는 공감대를 형성하여 관계를 발전시키거나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공통되는 부분들이 있다. 좋아하는 것이 달라도 서로를 인정하고 신뢰하는 관계는 균열이 쉽게 진행되지 않는다.
흐린 날은 친구가 좋아하는 흐린 날이어서 좋았고 맑은 날은 내가 좋아하는 날이어서 더욱 좋았던 그런 과거가 부드러운 음악이 되어 추억의 뒤안길을 적신다.
걸을 땐 팔짱을 끼고 서로가 서로에게 보조를 맞추며 우리의 젊은 날은 음악의 선율처럼 그렇게 흐르고 있었다. 피아노가 전공인 그녀의 공간에는 늘 음악이 흘러 나를 매료시켰다. 그녀를 통해 음악으로 소통할 수 있는 또 다른 매력적인 세상이 있음을 발견했다.
우정, 사랑, 이웃간의 관계 혹은 가족, 동료 등에게 마음을 나누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사람마다 각양 각색의 방법으로 마음을 나누고 세상과 소통하는 나름의 비법들이 있다.
공연이나 전시회를 관람하거나 영화를 같이 보고, 좋아하는 것을 함께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동원되어 서로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관계의 발전을 추구하거나 좋다고 여기는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 관계들 속에서 때론 스스로 자신을 다독여야 할 때도 있다.
조용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 클래식만을 고집하는 사람, 헤비메탈처럼 에너지가 넘치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직접 연주하며 만족을 얻는 방법, 듣고 즐기며 만족하는 방법 등 음악을 좋아하는데도 개성이 넘치고 다양함이 존재한다.
우리 삶을 지탱하고 건조를 막아주는 긍정적인 요인들은 많다. 음악이 우리를 주도하지는 않지만 종종 삶의 빈 곳을 채워주고 정서를 순화시켜 건조함을 막아 주는 역할을 한다. 심금을 울리기도 하고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게 해주며, 밝고 경쾌한 리듬은 생활의 활력을 준다. 은은한 향기처럼 감미로운 선율은 향수를 불러와 그리움의 우물을 출렁이게도 한다.
시작은 서투르고 종종 불협화음을 일으킨다. 하지만 부단한 노력의 결과로 아름다운 연주를 듣게 되면 감동을 받고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내게 된다. 최상의 연주를 위해 마음을 나누고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우리 삶도 음악이다. 양금희(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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