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더위와 함께 극장가에도 여름 성수기가 시작됐다. 7월 셋째 주 극장가엔 온통 공포물로 물들었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유일한 로맨스 영화가 있다. 와이너리가 한없이 등장하는 <산타바바라>. 와인과 멜로를 섞어 여행같은 사랑을 그렸다. 젊은 여성의 꿈과 사랑을 디테일하게 그린 영화 <프란시스 하>가 또다른 눈길을 끈다. 도시와 등장인물 이름으로 친근하게 다가오며 다른 개봉작들과 차별을 둔 이들 두 영화의 선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산타바바라>

우리가 사귀기로 한 거 기억 안나요?

친한 형의 배신으로 소중한 기타를 빚쟁이들로부터 빼앗긴 음악감독 ‘정우’(이상윤 분)는 광고 음악을 만들자는 제의를 받고 광고 AE ‘수경’(윤진서 분)과 만난다. 행동하는 방식도 가치관도 달라 사사건건 충돌하던 두 사람은 어느 날 함께 와인을 마시던 중 와인과 영화 그리고 산타바바라를 동경하는 서로의 공통 취향을 발견하고 호감을 느낀다. 함께 술을 마신 다음 날, 필름이 끊긴 정우에게 수경은 어제 사귀기로 했다는 깜찍한 폭탄발언을 한다. 풋풋한 연애가 시작된 순간 정우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광고 기일을 맞추지 못하게 되고, 사랑보다 일이 우선인 수경은 배신감을 느끼며 둘의 관계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시간이 흐른 후 광고로 다시 만나게 된 정우와 수경. 이들은 광고 프로젝트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산타바바라로 떠난다.

<산타바바라>는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삶과 사랑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산타바바라의 배경을 빌어 풀어놨다.

영화는 와인 애호가들이 명작으로 꼽는 ‘사이드웨이’에 등장하는 수많은 와이너리(포도주를 만드는 양조장)를 실제로 따라가며 로맨틱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선사한다. 극중 낭만주의 음악감독으로 등장하는 정우로 인해 그가 작업한 곡들은 영화 전반에 걸쳐 흘러나오며 관객들의 귀를 자극한다.

또한 요리연구가로 나오는 수경의 언니 ‘호경’(신동미 분)이 선보이는 음식들 역시 영화의 맛을 더한다. 극중 두 남녀를 연결시켜주는 요소로 등장하는 와인 뿐 아니라 데이트를 하며 등장하는 산해진미는 관객의 볼거리와 미각까지 자극한다.

이야기는 익숙하고 등장인물은 간결하고 개성 없는 단점을 잔잔하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처리해 장점으로 승화시켰다는 평이다.

수려한 영상을 따라 흐르는 감미로운 음악과 맛있는 요리 그리고 향기로운 와인이 관객들을 얼마나 유혹시킬지 관심이다.

■멜로·애정·로맨스/16일 개봉/감독 조성규/이상윤(정우)/윤진서(수경)/이솜(소영)/15세 관람가.

<프란시스 하>

가장 보통의 뉴욕에서 만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27살 뉴요커 프란시스는 브루클린의 작은 아파트에서 친구 소피와 살며 무용수로 성공해 뉴욕을 접수하겠다는 거창한 꿈을 꾸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몇 년째 평범한 연습생 신세다. 사소한 말다툼 끝에 애인과 헤어지고 믿었던 소피마저 독립을 선언하자 그녀의 일상은 꼬이기 시작한다. 직업, 사랑, 우정 무엇 하나 쉽지 않은 프란시스는 과연 당당하게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제 직업이요? 설명하기 힘들어요. 진짜 하고 싶은 일이긴 한데, 진짜로 하고 있진 않거든요”

<프란시스 하> 스크린 속에서 관객 가슴 속에 대고 무턱대고 쏘아댄 말이다. 어쩌면 뉴욕 한복판 프란시스의 일상이 같은 시간 우리나라 도심 한복판의 일상과 매우 흡사하다.

누구나 공감할 법한 보통의 주인공을 통해 젊은이들의 꿈과 현실, 우정과 사랑에 대한 고민을 현실적이고 유쾌하게 담아냈다. 특히 청춘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고스란히 풀어내고 있다.

<프란시스 하>는 스크린 마다마다 모노톤 풍경이 이색적이다.

뉴요커 출신 노아 바움백 감독은 <프란시스 하>에서 뉴욕의 일상적인 얼굴을 가장 매력적인 색채로 담아냈다. 화려하고 요란한 뉴욕을 다른 시선으로 보여주기 위해 그는 흑백 촬영을 선택했다. ‘프란시스의 이야기에 즉각적인 노스탤지어를 담아내고 싶었다’는 그의 말처럼 프란시스의 여정을 따라 보여지는 공원, 식당, 클럽 그리고 거리 등은 마치 누벨바그 영화 속 장소들처럼 보다 여유롭다.

‘흑백 기법’은 어쩌면 나이 든 관객에게 자신의 청춘을 회상하게 하려한 감독의 의도를 짐작케 한다. 청춘이라는 단어는 열정과 상통하고, 강렬하게 타오르는 태양의 이미지와 연결된다. 이러한 열정적 색을 회상하는 중장년층에게 상큼한 추억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려는 장치인 셈이다.

한편 <프란시스 하>는 뉴욕 타임즈, 워싱턴 포스트, 필름 코멘트, 사이트 앤 사운드 등 전세계 언론 매체는 물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까지 ‘올해의 영화 TOP 10’에 꼽았다.

■코미디·멜로·애정·로맨스/17일 개봉/감독 노아 바움백/그레타 거윅(프란시스)/믹키 섬너(소피)/그레이스 검머(레이첼)/15세 관람가.

<주온:끝의 시작>

당신의 책상 밑에, 그리고 이불 속을 살펴라

담임교사 ‘유이’는 새 학기가 되어도 출석하지 않는 학생 ‘토시오’를 만나기 위해 가정방문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 집은 19년 전 일가족 몰살 사건이 발생한 후 괴상한 소문으로 인해 동네 주민으로부터 외면받는 집이었던 것. ‘유이’는 두려웠지만 용기를 내어 ‘토시오’의 집을 방문한다. ‘토시오’의 엄마 ‘가야코’를 만나게 되고 그녀로부터 섬뜩한 공포의 기운을 느끼고서는 서둘러 그 집을 빠져 나온다. 그날 이후부터 ‘유이’에게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일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공포/16일 개봉/15세 관람가.

<분신사바 2>

주문을 외우면 죽은 친구가 돌아온다

미국에서 돌아온 옛 친구 ‘나나’와 함께 사는 ‘송치엔’은 나나의 이상한 행동을 보며 2년 전 대학교 졸업 직전에 자살을 한 ‘샤오아이’를 떠올린다. 그때부터 송치엔의 친구들이 하나 둘씩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송치엔은 친구들의 죽음을 보면서 샤오아이의 자살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기로 결심한다. 결국 이 모든 것이 불의의 사고와 생활고로 돈이 궁해진 ‘홍뤠이’가 친구인 ‘여우펑’에게 옛 연인과의 동침을 찍은 동영상으로 협박을 하면서부터 벌어지게 된 것을 알게 된다. 공포·스릴러/16일 개봉/15세 관람가.

<극장판 꽃이 피는 첫걸음:홈 스위트 홈>

빛나고 싶은 16세 소녀, 과거 16살 엄마와 조우

자유분방한 엄마의 야반도주로 외할머니가 운영하는 온천여관 ‘킷스이소’로 오게 된 16세 소녀 ‘오하나’. 온천여관에서의 새로운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빛나고 싶어”라고 생각했던 다짐이 점차 희미해져 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어느 날 ‘유이나’가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창고를 정리하던 ‘오하나’는 ‘마메 할배’가 적어놓은 낡은 업무 일지 안에서 엄마 ‘사츠키’에 관한 내용을 읽게 되면서 16세였던 엄마 역시 자신처럼 빛나고 싶어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애니메이션/17일 개봉/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