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평론가, 명예문학박사

 

무엇이 닮고 무엇이 다른가?
「장한철이 1770년 향시에 합격하자, 1771년 전시에 응시할 수 있도록 마을 사람들과 관에서 여비를 지원해 주었다. 이에 장한철은 일행 29명과 함께 한양으로 가기 위하여 조천포구를 출항하였는데 도중에 큰 풍랑을 만나 표류하게 되고, 호산도와 청산도에 표착하는 등 6개월 동안 겪은 생생한 일기로 기록한 것이 『표해록』이다.」

「최부는 1488년 추쇄경차관(지금의 제주도지방검찰청장 정도)으로 임명되어 근무하던 중 그 해에 부친상을 당하였다. 이에 일행 43명과 같이 화북포구를 출항하여 고향 나주로 가던 도중에 서남해 바다에 표류하였다. 이후 중국 북경에 표착하여 6개월 간 경험한 내용을 기록한 것이 『표해록』이다.」
장한철(인동 장 씨 입도 7세손)의 『표해록』은 개인이 집필하고, 그 후손(인동 장 씨 입도 14세손)이 재정리하여 새롭게 선보였다. 최부 『표해록』은 왕명으로 집필하였고, 그 손자가 재정리하여 훌륭한 작품으로 태어났다.

이 시점에서 해양문학의 대표작품이라 할 수 있는 장한철과 최부의 『표해록』의 다른 점을 일아보자. 먼저 신분상의 차이가 있다. 『표해록』을 집필할 당시 장한철은 과거시험에 몇 번 낙방한 평범한 섬 출신이다. 최부는 높은 관직에 있던 사람이다. 두 번째로는 작품을 대하는 입장에 차이가 나타난다. 장한철의 『표해록』은 도지정문화재로 지정되었으나 지역에서 별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반면 최부의 『표해록』은 제주와 중국 간 교류 측면에서 접근되고 있다. 제주지역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행정기관에서는 제주-중국 간 ‘최부 표류사’를 기반으로 하여 해양교역의 활용 방안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여기서 아쉬운 점은 장한철『표해록』을 해양문화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적극적인 계획이 관에서 보이지 않는 것이다(물론 도지정문화재로 지정되었다고 해서 관에서 지원할 의무는 없다고 본다. 다만 관심은 가져야 될 게 아닌가?).

장한철의 『표해록』은 송창빈이 일본어로 번역하였고, 진선희, 김지홍, 장영주 등 이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다. 애월읍에서는 2011년 장한철 생가 부근에 기적비(후손 충당금)를 건립하였다. 2014년에는 산책로 개설과 더불어 <장한철 생가 복원 추진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지역에서 위대한 문화유산 발굴에 노력하고 있다. 특히 2012년부터 ‘장한철 표해록 백일장’이 시행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장한철 『표해록』을 알리고, 탐험정신을 전파할 수 있는 ‘새로 쓰는 표해록’이 발간되었다.  

최부의 『표해록』은 청전군금이 일본어로 번역하였으며, 미국, 일본, 중국학자들의 지속적인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전남 나주시는 2008년에 최부가 표착한 중국 절강성에 사적비를 건립하였고, 2013년에는 <최부 선생 기념 사업회>가 구성되어 『표해록』재조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부는 고향 나주의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거듭나는데 행정기관이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장한철(1744- ?)은 제주 출생이다. 안남 상선에 승선하여 “우리나라는 예의로 치자면 천하제일이오. 그러기에 우리는 반드시 서로 아끼고 존경하여 어질고 아름다운 풍속을 그들에게 보여야 하오.”라며 자존심을 내세웠다.
청산도 등 표착 지역의 생활상과 풍향, 항로를 추정할 수 있는 기록을 남겨서 후대들이 해양 교역의 길을 열어 주었다. 특히 왜적들이 장한철의 옷을 벗기고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았지만 그의 꿋꿋한 성품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의 묘소는 강원도 어딘가에 있을 것이란 추정을 한다.

최부(1454-1504)는 나주 출생이다. 배가 표류 할 때 “한 배를 탔으면 비록 원수라 하더라도 한마음이 되어야 한다. 밀감과 술 한 방울도 천금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것이기에 잘 관리하여 사람들의 급한 갈증을 풀게 하라.”며 서로를 격려해 주었다.
특히 해적들이 최부의 옷을 벗기고 손을 뒤로 묶어 거꾸로 매달았지만 꿋꿋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그의 묘소는 나주시에 있다.
어떤가? 두 사람의 일생과 작품 내용이 거의 비슷하며 상이한 점 또한 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