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화작가

 

언제부터인가 식지 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밀어내면 날마다, 시간마다 다른 세상이 열린다. 그렇게 쉽게 열리는 세상은 온통 혼돈이다. 현대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혼돈을 향해 숨 가쁘게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아닌가? 그대는.

요즘은 뉴스를 보기도 겁이 난다. 뉴스는 온통 비리와 부정과 뻔뻔함이 극치다. 엄마부대라는 것이 생겨나고 거수경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면서 편 손을 이마로 올리는 양반들과 바다 속에 부모 형제자매들을 묻고 아직도 소식 없는 그들을 그리워하며 울 힘조차 남아있지 않은 유가족들을 비난하는 족속들을 보면 미치지 않고서야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세상은 온통 혼돈이다.

이 시간도 세계는 온갖 전쟁과 기근에, 자연이 주는 재해로 귀한 생명들이 죽어 가고 있다. 그 죽음이란 것이 단순한 이승을 떠나는 것이 아닌 극도의 공포와 두려움을 동반한 최악이 상태, 겪어보지 않고는 감히 표현하는 것조차 미안할 정도의 공포다.
우리의 꽃 같이 귀한 생명들이 아무런 잘못도 없이 마지막 인사도 못하고 준비되지도 않은 저승의 길을 갔다.
또한 인간이라면 차마 저지를 수 없는 극악무도한 이스라엘이 횡포 앞에 가자지구 어린 아이들이 공포에 질린 눈빛은 차라리 태어나지 않음만 못하다는 생각이 옳을 것이다.

필자는 정치적 이념이나 사상과는 무관하다.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의 원한이나 우리가 미처 모르는 그 밑바닥 문제까지도 관심이 없다. 다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들을 저렇게까지 무자비하게 살해할 수 있냐는 것이다.

어지럽다.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땅 한국에서도 소리 없는 살생이 진행형으로 있음을. 육체로는 자식을 바다에 수장시키고 혼으로는 가식과 위선 덩어리 정부의 측근으로부터 살해되고 있으니 이 혼돈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세월호 이야기는 다른 많은 집필진들이 쓰는 소재라 가급적 접근하지 않으려 했으나 엿 같은 소리나 궤변을 늘어놓는 뭣 같은 부대들이 판을 치고 있으니 쓰지 않고는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음이다. 
부정과 부패로 썩어 문드러진 이 땅에서 유병언을 과연 잡기는 할 것인지? 하는 의문이 지속되던 날 그의 DNA가 발견되었다는 번개 같은 뉴스를 접했다.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바보로 만들어 버리고 그가 잡힐까 전전긍긍하시던 연루자들은 이제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게 되었음을.

요즘 들어 눈이 왜 이리 침침한가 했더니 세상이 온통 혼돈이라 그랬던 거다.
날마다. 정직하지 못한 이 나라에서 어른들의 오만과 부조리로 인해 희생된 아이들아! 너희들이 마지막 공포에 떨었을 그 모습을 생각하며 분노하고 슬퍼한다고 무슨 소용이 있을까 마는.
울고 싶다. 이스라엘의 총부리에 떨고 있는 가자지구의 어린아이들을 생각하며.
15년, 30년 된 낡은 헬리콥터에서 단 몇 초도 버티지 못하고 고귀하게 희생된 소방대원들을 생각하며.
이유도 모르는 채 추락한 말레시아 항공기의 수백 명 희생자를 생각하며.

울어라. 그대도! 오늘은 우리를 위하여 순직하기를 강요당하는 심부름꾼 소방 공무원들을 위하여. 그들이 아내와 자식들을 위하여.
그리고 소방대가 국가직으로 전환되기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