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영조 제주경실련 공동대표

 

복지위원협의체 적극 활동 필요하다
사업실패나 실직·질병 등으로 한순간에 수렁에 빠진 사람, 버림받은 노인이나 장애인 등등. 사회가 복잡하고 다양해지면서 복지사각지대에 방치돼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는 곳마저 일정하지 않을 때가 많다. 여인숙·여관이나 컨테이너, 창고 등에 임시 거주지를 두면서 생활을 전전하고 있다. 먹을 것조차 변변찮은 위기의 가정들이다.

그렇다고 스스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여건도 되지 못한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 및 정보자체를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또는 여러 가지 이유로 공적 복지지원에서 배제돼 있다.
행정당국은 이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직접 찾아나서는 일을 하고 있다. 민관으로 구성된 읍·면·동별 복지위원협의체가 그것이다.

이를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법과 조례가 만들어져 있다. 2004년부터 시범적으로 운영하던 복지위원협의체는 2012년 11월 사회복지기본조례 개정으로 본격적인 조직으로 거듭나고 있다.
복지위원은 읍·면·동별로 사회복지 관련 기관·단체의 대표, 교육·종교·의료기관 및 사회복지시설 대표, 사회복지사 등 5~15명으로 구성되고 있다.

활동에 따라 급식비와 교통비가 지급되고 있으나 수당은 지급되지 않는 무보수 봉사직이다.
복지위원의 중요한 역할은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수요자를 발굴하고 이들에게 생계비나 생필품 등을 지원할 수 있는 업체나 편의점, 개인 등의 후원자를 찾아 서로 협약을 맺어주는 일이다.
이는 그동안의 공적 복지에 의존했던 ‘주는 복지’에서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기부와 나눔의 복지’를 병행해 ‘상생의 복지’로 거듭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어 그 의미가 중요하다.

그런데 이런 취지에도 불구하고 복지위원의 활동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무보수 봉사직 때문이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적극적인 활동에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 활동실적을 보면 읍·면·동별로 10여건에서 30여건 정도에 이른다. 이들 실적 대부분은 읍·면·동 담당부서에 의한 실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진사업에 있어서도 소외계층과 기부자를 발굴해 후원협약을 맺어주는 일이 주된 사업이다. 그런데 이런 일보다는 기존에 추진해 왔던 홀로 사는 어르신 생일잔치, 김치 나눠주기, 전기안전점검 등 다양하다. 또는 물품을 모아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복지와 관련된 종합적이고 다양한 사업을 하는 것이 잘 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소외계층을 위해 여러 가지 일들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지역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바람직하다.
그런데 이런 일들은 그동안 읍·면·동 새마을부녀회 등 자생 단체별로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던 사업들이다. 복지위원협의체에서까지 종합적으로 할 경우 실적 평가를 위한 건수 채우기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북지위원협의체의 주된 사업이 희석될 수 있다.

물론 복지위원협의체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2년밖에 되지 않아 주된 활동방향과 일이 정착되지 못할 수 있다.
그럼에도 협의체에 맞는 특색 있는 색깔을 하루빨리 찾아 지역사회 복지체계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따라서 복지위원들의 적극적인 노력의 성과가 좋은 결과로 나타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