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경 제주YWCA회장

나는 제주 YWCA 회장이면서 교육훈련원장도 겸하고 있다. 격년제로 실시하는 가정폭력과 성폭력 예방교육이 지난 6월 30일부터 7월 18일까지 3주간에 걸쳐서 100시간의 가정폭력 전문상담원 양성교육을 실시함에 따라 가정폭력의 실태와 예방법에 대해서 독자여러분과 나누고 싶다.

폴핸슨이라고 하는 구약성서 학자는 평화(히브리어로 샬롬이라는 말)는 카오스(만물이 나타나기 이전의 혼돈상태를 이르는 말)가 침입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며 생명을 위협하는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하나님은 카오스의 세계를 코스모스의 세계로(질서와 조화를 지니고 있는 우주세계) 우주를 창조하셨고, 질서가 있는 우주 안에서 모든 피조물들이 복되게 살아가기를 원하셨다. 하지만 인간들은 하나님이 직접 세우시고 가장 사랑하시는 가정 공동체 안에서 스스로 질서와 조화를 깨뜨리고, 상처를 내어 평화의 공동체를 조각내고 있는 것이다.

가정폭력의 심각성에 이제는 여성가족부가 나서고 있다. 언론매체 등을 통해 가정폭력 예방영상을 내보내고 공익광고, 자막광고를 통해 가정폭력을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는 점점 성숙되어가고 있으나, 가정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한 인식개선과 우리들의 시각 점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족 구성원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폭력을 가정폭력이라 하며, 여기에는 신체적 폭력뿐만 아니라 언어적 폭력, 정신적 폭력, 경제적인 피해를 수반하는 모든 행위가 포함된다. 가정폭력은 사실혼 관계, 전 배우자 사이에서도 성립된다.

가정폭력은 누구나 신고할 수 있는 범죄이다.
길에서 부부싸움을 하다가 남자가 여자를 끌고 가는 장면에서 그냥 쳐다보고 있거나, 무심히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가정 폭력을 남의 가정사로 치부하고, 남의 가정사에는 끼어들면 안 된다는 사고방식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가정폭력은 누구나 신고할 수 있으며, 범죄이기 때문에 누구든 범죄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해야 하는 것이다.

가정폭력은 공권력 개입이 가능하다.
‘가벼운 부부싸움이니까 알아서 해결 하겠다’
가정폭력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해도 막상 현장에 도착해서는 되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1997년 가정 폭력 방지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었지만 신고를 받은 경찰이 가택에 진입하여 폭력 상황을 제지하도록 하는 권한이 없어, 경찰이 신고를 받고 출동하더라도 가해자가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

올해 5월 가정폭력 방지법이 개정 되어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강제로 집안에 들어가 폭력을 제지하고 피해 상황을 조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면서, 비로소 경찰이 가정폭력에 적극 개입할  있는 법적 장치가 갖춰지게 되었다.

가정폭력 피해자는 무료법률구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가정폭력 피해자는 가정폭력상담소에서 상담을 받은 후,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하여 무료 법률 구조를 지원 받을 수 있다. 소송이혼뿐만 아니라 자녀양육권, 친권, 재산분할권 청구 소송 등도 가능하다.

상담, 교육 등을 통하여 가정이 회복 될 수 있다. 가정폭력으로 인한 가정의 갈등, 해체위기는 상담소에서 운영 지원되고 있는 가정폭력 피해자 회복 프로그램, 가정폭력 가해자 교정치료 프로그램 등의 전문 상담 프로그램을 통하여 회복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가정폭력 행위자, 피해자를 포함한 부부상담, 가족상담 등은 행위자의 교정치료 뿐만 아니라 가정 구성원이 가정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가정폭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정폭력을 줄이고 예방하기 위해 모두가 적극적으로 동참하자. 그리고 국가도 제도 보완과 아울러 범국민적 차원의 예방과 홍보에 지속적으로 나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