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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오사칠서’라는 말이 공직사회에 회자된 적이 있다. 6급 공무원이 사무관(5급)으로 승진하려면 5000만 원, 사무관이 서기관(4급)에 오르려면 7000만 원이 든다는 확인되지 않은 매관매직을 빗댄 말이 유행했었다.

물론 제주지역이 아닌 전국 다른 지방에서 흘러나온 얘기였다. 실제로, 5년 전 사무관 승진을 대가로 5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다른 지방의 한 기초자치단체장이 검찰에 구속된 바 있다.

당시 전국민주공무원노조도 성명을 통해 밝혔듯이 공직사회 내부의 소문으로만 존재할 뿐 실증적으로 드러난 사건이 없어 입에서 입으로만 전해질 뿐이었는데, 이 소문이 사실로 드러난 사례였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제주지역 공무원사회에서는 지금까지 ‘오사칠서’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았다. 공무원이 업무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한 등의 혐의로 적발돼 구속되는 등 형사처벌을 받은 공무원들은 적잖았지만, 승진 등 인사와 관련한 금품수수 혐의로 적발된 공무원은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긴, 승진 등 인사시 실제로는 금품이 오고간 사례가 있었으나 실상이 드러나지 않아 모르고 있는 것인지, 도민들의 소망대로 워낙 공무원사회가 맑고 투명해 아예 그런 일 자체가 일어날 수 없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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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방공무원 인사 과정에서 브로커를 통해 승진을 조건으로 금품이 오갔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제주지역 공직사회 역시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다.

제주도에 민원이 접수돼 제주지검에 수사 의뢰된 이 사건의 요지는 이렇다. 이달 초 소방직 인사에서 승진을 명목으로 의뢰자가 브로커를 통해 수 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가 승진에서 누락되자 건넨 금품 반환 문제를 놓고 갈등이 커지면서 외부에 이 사실이 알려졌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에서 의혹이 사실로 규명될 경우 제주공직사회는 도민들의 따가운 질책을 면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렇잖아도 민선5기 우근민 도정 후반기에 공무원 범죄가 급증하면서 전국 청렴도 최하위 도(道)의 불명예를 감수해야 했다.

특히 이번 소방공무원 승진인사 금품 청탁 의혹이 민선6기 원희룡 도정이 출범한 직후에 이뤄진 사건이라는 점 역시 원 지사에게는 상당한 부담이다. 이 사건의 민원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쉬쉬하면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은 잘한 일이다.

이런 불미스런 사건을 적당히 덮어두고 가려했다면 원 도정이 강조하는 투명행정도 심판대에 놓이는 우(遇)를 자초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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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검은 이 사건의 실체를 명확히 밝혀내야 한다. 우선 공무원에게 승진인사를 부탁하면서 실제로 금품이 건네졌는지, 건너갔다면 어느 선까지 전달됐는지에 대해 확실히 규명해 내야 한다.

한편으로는 의뢰인이 공무원에게 전달하도록 제공한 금품이 브로커가 챙겨 발생한 ‘배달사고’의 가능성까지도 열어 놓고 수사에 임해야 할 것이다.

어떻든 분명한 것은 실제로 공무원에게 금품이 전달됐든, 배달사고든 돈으로 승진할 수 있다는 소문이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이 아니었음을 드러낸 사건이라는 점에서 적당히 넘길 사안이 아니다.

검찰은 이 사건의 실체는 무엇이고. 그 범위가 어디까지 인지에 대해 샅샅이 밝혀내야 한다. 아울러 또 다른 형태의 승진 등 인사와 관련한 공무원간 금품 거래는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 사건을 수사하다 보면 의외의 유사한 금품사건이 드러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사건은 물론 유사 형태의 사건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