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영주 문학평론가/민속사진연구회.

하르방당은 별로 없다?

「가파도에 사는 이 씨가 마라도로 건너왔다. 이 때 업저리(애기업개, 어린 아이를 돌봐주는 계집애)를 데려 왔다. 이 씨는 마라도의 숲을 태우고 개간 작업을 벌렸다. 다음해에 농사를 지우기로 하고 가파도로 건너가려고 준비하다 처녀 한 사람을 두고 가지 않으면 풍랑을 만날 것이라는 꿈을 꾸었다. 이 씨는 배를 타기 전에 업저리에게 심부름을 시키곤 그를 놔두고 떠나 버렸다. 다음해에 이 씨가 마라도에 돌아 왔을 때 업저리는 앙상하게 유골만 남아 있었다. 이때부터 이 씨는 업저리(애기업개)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마라도 할망당(애기업개당) 이야기이다.

요즘 할망당(본향당의 제주말)을 찾아 기록 사진 찍느라 바쁘게 보낸다. 사진도 영혼을 갖는가? 몇 군데 할망당 사진을 찍으며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뭔가 다가오는 영험한 느낌? 이상하게 머리끝이 쭈빗서고 묘한 감정을 느껴본다. 천 원짜리 지폐 한 장 살포시 얹저 놓고 사진 찍으면 그런대로 마음의 위안을 가지곤 한다. 언론에 보니 제주민속박물관 50년 역사가 제주대로 이사 간다 한다. 필자는 할망당 사진을 찍을 때 고강필(현문풍수지리학회 주관 풍수지리사)와 동행하여 자문을 받고 진성기(전 제주민속박물관장)의 조언을 귀 담아 듣는 편이다. 그들에게서 할망당에도 영혼이 있다는 사실(?)과 영혼이 흐르는 맥(길)이 있다는데…. 그 맥을 찍는(사진) 사진사가 되라며…. “제주도의 할망당은 하르방당과 함께 어울려져 있어 할망당이라 부른다. 어떤 땐 하르방당인데 그냥 할망당이라 부른다.”며 요모조모 짜깁기를 해 주시는 두 분의 말씀이 그냥 지나쳐 버리기엔 뭔가 무거운 중압감이 있다.

조천에 가면 하르방당(교래할망하르방당에서 분가)과 할망당(신흥볼레낭할망당에서 분가)이 한 곳에 정좌 되어 있다. 또 있다. 유수암 마을 (거문데기 마을)에도 거문덕이 하르방당과 할망당이 같이 있어 당오름 밧에 당굿을 지낼 때 메를 3그릇하여 할망, 하르방, 산신에게 드릴 준비를 한다. 필자가 알아본 하르방당으로 서김녕리에는 서문하르방당, 하가리 고내봉에는 큰신머들 하르방당, 금악 본향 당동산에 오일하르방당, 이도 2동에 간드락 하르방당이 있고 지난번 조사 때(좀 오래) 아라동 개천에 하르방당 흔적을 찾아 갔는데 태풍으로 소실되어 사진 기록을 남기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할망당이란 본향당이 제주말로 제주 여인네들은 자기 삶에서 일어난 모든 것을 본향당에 와서 신고한다. 이 때 할망(할머니) 신과 독대한다. 성사고백이랄까? 할망신은 모든 것을 다 들어주는 자애로움이 있다. 소문 내지 않고 고민을 들어준다.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 준다. 제주에는 550여 개의 본향당(할망당)이 있다한다. 1만 8천의 신(신들의 내력을 담아 근본을 풀어가는 굿을 통해 ‘본풀이’로 나타난다.)들이 있다한다. 이들에게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훌훌 털어내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삶의 터로 돌아가는 옛날 제주 여인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성읍에 있는 관청 할망당을 찾았다.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뭔가를 열심히 기도드리고 있다. 무슨 사연을 담았을까? 입학, 취직, 승진, 출마, 출정, 출타, 사건, 액운이 있을 때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랄 때는 할망당 찾는다. 이를 들어다 보면 건강, 행복, 충효, 존중 사상 등이 자연스럽게 함축되어 있다고 본다. 다음엔 조천 하르방당과 할망당을 또다시 찾아 가야 겠다. 가는 길에 제주민속박물관에도 들려 보겠다. 이삿짐 꾸리기 전에 얼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