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춘식 시조시인

 

자연의 2대 요소는 산과 물이다.
아름다운 산천(山川), 삼천리 금수강산(江山)과 같은 표현은 산과 물의 다른 표현일 뿐 뜻은 같은 맥락이다. 제주의 자연유산은 드넓은 바다와 한라산이 조화를 이루어 형성되어 격조 높은 한 폭의 풍경화를 연출한다.

제주가 천혜의 원색이 깃든 자연 경관을 이루게 된 것은 한반도의 서남해상에 자리 잡은 한국 최대의 섬이라는 환경적 조건에서 비롯되었다. 지형은 동서가 긴 타원형의 화산으로서 총 넓이는 1,825㎢에 이른다. 해발500m 에 이르는 지대는 경사가 비교적 완만해서 취락이 형성되어 있다. 제주도 자연환경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화산도이다. 화산활동의 흔적들이 비교적 잘 남아있어서 제주도 자체를 ‘화산지형의 보고’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제주 화산지형의 원형 보존은 2002년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 지역 지정,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2010년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정받았다. 생물권 보존지역은 한라산 국립공원과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서귀포시  영천과 효돈천 등 2개의 하천, 문섬, 섭섬, 범섬 등 3개의 부속섬이 지정되었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지역은,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성산일출봉과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인 거문오름과 김녕굴, 만장굴과 벵뒤굴, 당처물동굴과 용천동굴 등 이다. 세계지질공원은, 제주도 전체가 그 대상이며, 그 가운데서도 한라산을 비롯하여 수성화산의 대표적 연구지인 수월봉과 산방산, 용머리해안, 천지연 폭포와 만장굴 등 9개소가 대표적 명소로 되어있다. 이것들은 국제적 관광지로 도약하는 자연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제주도의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형성된 자연유산이 대표적 문화재가 천연기념물이다.

제주자연유산의 가치는 학술성과 경관성으로 집약된다. 여기에 더해야 할 가치가 문화예술성이다.
문화예술성의 가치를 자연유산에 부여하면 인문적 자산으로서의 활용이 가능하다. 제주의 선인들의 자연관은 어떠했을까? 예부터 수 많은 자연경승들 가운데서 특히 경관이 뛰어난 열 곳을 선정하여 ‘영주십경’이라는 명칭을 지었다.

성산포의 해돋이 성산일출(城山日出), 사라봉의 저녁노을 사봉낙조(紗峯落照), 영구(속칭 들렁귀)의 봄꽃 풍경의 영구춘화(瀛邱春花), 정방폭포의 여름 정방하폭(正房夏瀑), 귤 숲의 가을 빛 귤림추색(橘林秋色), 백록담의 늦 겨울 눈 녹담만설(鹿潭晩雪), 영실의 기이한 바위들 영실기암(靈室奇巖), 산방산 중턱의 굴 절 산방굴사(山房窟寺), 산지포구의 고기잡이 산포조어(山浦釣魚), 중산간 목장에서 기르는 말 고수목마(古藪牧馬)가 ‘영주십경’이다. 선인들은 이러한 영주십경을 감상하며 빼어난 시문(詩文)으로 예술적 가치를 더하여 빛냈다. 제주민요인 ‘영주십경가’가 오늘에까지 연면히 전승되고 있음도 이를 증명한다.

세계자연유산을 학술성과 경관성의 가치만을 강조하지 말고 문화예술적 가치를 부여하며 활용하면 관광자원으로서의 부가가치를 풍성한 수확을 거두게 될 것이다.

제주의 문화예술인들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제주의 자연유산을 소재로 한 수많은 작품들을 창작해 오고 있다. 이제는 공공예술로 정책화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뜻있는 사례가 있다. 제주문인협회에서는 두 번에 걸쳐 시사집(詩寫集)을 간행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와 같은 일들은 행정시책에 반영하여 추진해야 그 효과가 배가된다. 행정당국은 문학, 전시예술, 공연예술 등의 전문예술단체와 협의하여 제주자연유산의 문화예술적 활용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예술가는 창작 전담, 행정은 창작지원과 예술품의 유통, 공공기관과 호텔을 비롯한 관광업체 등에서는 향유자의 역할을 담당하는 협치시스템을 구축할 때 자연유산가치를 더욱 키울 수 있다. 먼저 인터넷 시대에 걸맞게 행정기관이나 예술단체의 「제주문화예술관」홈페이지부터 만들자. 예를 들어 한라산이라는 항목에 시와 그림, 사진과 음악, 신화와 전설을 융화시킨 작품을 게재하는 작업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제주도청을 비롯한 각 기관의 사무실에 그림과 시 한편씩이라도 걸자. 「자연·문화·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제주」를 표방하고 있는 제주도정은 이러한 문화적 융합시책으로 새로운 성장을 도모해 나가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문화는 삶의 양식으로 오래 전승되며, 예술은 감동을 안겨주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