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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행정시장 인사 청문제도를 도입키로 합의한 것은 잘한 일이다. 불법 건축물과 관련해 취임 한 달만에 물러난 이지훈 전 제주시장의 사례에서 보듯 임명 전 검증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행정시장 인사 청문회의 도입으로 새로 임명될 제주시장은 전국 공모(원서 접수 8월25~29일)에 의해 선발심사위원회와 인사위원회의 심사.검증 등의 과정을 거쳐 내정한 뒤 도의회의 인사청문을 거쳐 도지사가 임명하게 된다. 물론 인사 청문회를 통해 대상자의 도덕성과 업무수행 능력은 청문회 의원들에 의해 확인 과정을 밟겠지만 사실상 통과의례적인 청문제도여서 과연 도덕적 흠결이 없는지, 행정능력을 갖췄는지에 대해 제대로 확인하는 것은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청문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려면 행정시장 내정자를 도의회에 통보하면서 동시에 도민들에게도 공지해야 한다. 특히 유의할 점은 도의회가 행정시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 청문 요구를 접수한 후 최소한 7~10일 후 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도민사회와 언론의 검증이 이뤄질 수 있다.

만약, 충분한 검증기간을 두지 않고 내정과 동시에 일사천리로 인사 청문회가 이뤄질 경우 졸속 청문회가 돼 또다시 부적격 시장을 앉히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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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행정시가 안고 있는 문제는 행정시장의 도지사 임명제도 뿐만이 아니다. 비록 가까스로 행정시장 인사 청문제도를 시행하기로 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지만, 현행 제도아래서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초를 확고히 다질 수 없다. 제주시민과 서귀포시민들 스스로 자치단체에 참여해 직접 지역발전 문제를 놓고 논의하고 결정하는 일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도지사가 임명한 시장이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선출한 시장이라야 도지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시민의 편에서 시민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할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더욱이 지역의 행정시장을 선정하기 위한 공모를 전국 일원으로 한 것도 지방자치 정신에 위배된다.

도대체 지방자치가 무엇인가. 주민과 손잡고 가는 협치행정을 강조하는 원희룡 도정이 지역의 일을 지역주민 스스로 하는 지방자치의 원칙에 걸맞지 않게 제주행정시장을 전국에 걸쳐 공모한 것은 큰 실책이다.

제주도정이 이렇게 시민들의 정서를 헤아리지 못하니까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것이다. 정무부지사를 다른 지방 출신으로 앉힌 것도 모자라 행정시장까지 외지에서 영입할 수도 있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역시 모든 문제의 해법은 기초자치단체를 부활시켜 시장을 시민의 손으로 뽑도록 하는 데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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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행정시의 위상 약화는 공무원 인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원 도정은 지난 12일 민선 6기 첫 정기인사를 단행하면서 행정시 직원 제주도로 빼가기, 회전문 및 결원 인사를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말로는 행정시의 기능을 강화하겠다면서 구태를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시지부는 지난 18일 성명을 통해 “6급 이하 직원 30명이 도청으로 이동한 반면 제주시로 온 직원은 14명에 불과하다”며 “거창하게 기자회견까지 하며 발표했던 행정시 강화인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귀포시도 이번 인사결과 최하위직 결원이 114명에 달해 대민 행정업무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기초지방자치제도 아래서라면 상상도 못할 행정시 푸대접이 당연하다시피 이뤄지고 있다.

원 도정 역시 기초자치단체를 부활시킬 의향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다수 주민이 원하는 지차체 환원을 언제까지 외면하고만 있지는 못할 것이다. 원 도정은 지금부터 기초자치제 부활 준비작업에 들어가 임기 중 실현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