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8월 극장가, <군도:민란의 시대>를 시작으로 <명량>, <해적:바다로 간 산적>, <해무>로 이어진 대작 경쟁에 이어 아이디어로 무장한 별난 영화들이 극장가를 채운다. 단편문학 세 작품을 옴니버스형식으로 갈무리한 애니메이션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이 눈에 띈다. 조금 늦은감 있는 공포·스릴러 <터널 3D>와 달콤살벌 연애 스토리 <내 연애의 기억>, 복학생의 족구 사랑을 그린 <족구왕>, 마술사와 심령술사가 만나 사랑을 느끼는 <매직 인 더 문라이트>가 각각 개봉된다.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세 가지 인생을 그림으로 재부팅한 문학의 향연

한국사의 대표적인 소설 이효석, 현진건, 김유정 세 작가의 작품을 한데 모아 영화화해 눈길을 끈다. 누구나 한번쯤 읽어보고, 들어봤음직한 단편 문학 <봄봄>, <메밀꽃 필 무렵>, <운수 좋은 날>이 애니메이션으로 되살아난다. 소설이 국내 최초로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을 통해서다.

밝고, 유쾌한 분위기의 <봄봄> 속 혼례를 차일 피일 미루는 장인어른 때문에 3년 반째 머슴처럼 일하고 있는 데릴사위 ‘나’는 자신의 처로 제격이라고 생각하는 ‘점순’의 속을 알 수 없어 답답해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감정을 살포시 드러내는 ‘점순’의 행동으로 마음이 들뜬다.

20대의 풋풋한 사랑에 이어, <운수 좋은 날>은 인력거꾼 ‘김첨지’의 모습을 통해 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을 만날 수 있다. 앓고 있는 아내와 어린 자식을 두고, 비 오는 날 거리로 나서야 하는 ‘김첨지’의 참담한 슬픔이 마치 지금의 40대 가장과 오버랩 된다.

한편, <메밀꽃 필 무렵>은 명장면으로 손꼽히는 달빛 쏟아지는 메밀꽃밭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로 관객들의 가슴을 두드린다. 젊은 날 우연히 만났던 처녀와의 잊지 못할 인연을 추억하는 장돌뱅이 ‘허생원’의 모습은 우리의 인생과 꼭 맞닿아 있다.

이처럼 20대의 풋풋함, 40대의 슬픔, 60대의 아련한 추억이 슬퍼도 웃어야 했던, 우리가 걸어온 삶의 흔적들을 묵묵히 살펴보며 공감을 자아낸다.

애니메이션인만큼 성우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장광, 류현경, 박영재, 엄상현 등 성우들의 활약이 원작을 맛을 한층 살렸다는 평이다.

한편 “청소년들에게 우리의 정서와 감성을 아름답게 전달하는 작품”이란 평을 얻으며 ‘청소년을 위한 좋은 영상물’로 선정됐다. 성인 뿐만 아니라 청소년까지 여름 막바지 꼭 봐야할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애니메이션/21일 개봉/감독 안재훈·한혜진/장광(운수 좋은 날-김첨지)/남상일(봄봄-‘나’ 판소리 도창)/엄상현(메밀꽃 필 무렵-동이)/전체 관람가.

<터널 3D>

누군가 여기 있다…이곳에서 나갈 수 있을까

재벌 2세 기철과 최고급 리조트 여행을 떠난 5명. 관리자 동준의 안내로 리조트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우연한 사고로 김씨를 죽이게 된다.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향한 곳은 20년간 출입이 금지된 터널. 단 한 순간도 머물지 않고 싶은 이 터널에서 벗어나려는 그 때, 어디에선가 휘파람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그들을 향해 점점 다가오기 시작한다.

여름의 대표 장르 공포가 다시 찾아왔다. 영화 <터널 3D>다.

이 영화를 통해 호러퀸에 도전한 배우는 정유미다. 박규태 감독은 “촬영 내내 공포와 두려움에 떨리는 눈빛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영화의 차갑고 소름 끼치는 분위기를 장악했다”며 정유미를 적격자로 자평했다.

영화 <터널 3D>는 국내 공포영화 최초로 FULL 3D 촬영 기법이 도입됐다.

<인형사>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더 웹툰: 예고살인> 등의 작품으로 공포, 스릴러 장르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져온 제작사 필마픽쳐스가 선택했다.

 특히 ‘터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느껴지는 서늘함과 낯선 존재로부터 쫓기는 긴장감이 호러 장르의 장점을 극대화시켰다.

 연우진, 송재림, 도희, 달샤벳의 우희, 이시원, 이재희의 신선한 도전도 볼만하다.

 ■공포·스릴러·20일 개봉/정유미(은주)/연우진(동준)/송재림(기철)/15세 관람가.

<내 연애의 기억>

수상하게 달콤하고 심장 떨리게 로맨틱한 연애

씁쓸한 기억만 남긴 여섯 번의 연애 후 다시는 연애 따위 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은 은진 앞에 나타난 순수하고 로맨틱한 현석과 다시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현석은 결혼을 앞두고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아 은진은 또 다시 불안해진다. 우연히 은진은 현석의 핸드폰에 도착한 낯선 여자의 문자를 발견하고 현석의 뒤를 쫓는다. 그리고 곧 은진의 앞에는 현석에 대한 믿을 수 없는 비밀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멜로·로맨스. 20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족구왕>

슈퍼 복학생이 사랑과 족구를 그대에게 바친다

이름:홍만섭, 나이:24세. 신분:식품영양학과 복학생. 학점: 2.1, 토익 점수:받아본 적 없음. 스타일:여자가 싫어하는 스타일. 여자 친구:있어본 적 없음. 다시 읽어봐도 답 안 나오는 스펙의 주인공은 만섭. 지금 당장 공무원 시험에 뛰어들어도 모자랄 판에 캠퍼스 퀸 안나에게 첫눈에 반하질 않나, 총장과의 대화 시간에 족구장을 만들어달라고 하질 않나 아주 그냥 ‘족구 하는 소리’만 하고 있다. ‘전직 국대 축구선수’인 강민을 족구 한판으로 무릎 꿇리며 순식간에 캠퍼스 ‘슈퍼 복학생 히어로’가 되고, 학생들의 열화와 같은 관심 속에 캠퍼스 족구대회가 열린다. 드라마·코미디. 21일 개봉. 15세 관람가.

<매직 인 더 문라이트>

유럽 최고의 마술사, 4차원 심령술사를 만나다

 1928년 유럽을 사로잡은 중국인 스타마술사 웨이링수. 그의 진짜 정체는 스탠리라는 영국인이다. 세계 최고의 마술사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믿지 않았다. 스탠리는 우연히 심령술사 소피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영혼을 불러내 무엇이든 맞히는 소피의 심령술이 가짜라고 확신한다. 스탠리는 그녀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직접 대면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 그의 가족에 얽힌 비밀까지 모두 밝혀낸다. 혼란에 빠진 스탠리는 설상가상 그녀의 묘한 매력에 빠져든다. 드라마·멜로. 20일 개봉.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