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영주, 교육학박사/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실천하는 소통의 모습이 아름답다.
「통일을 준비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소명입니다. 분단의 고뇌가 한 세대를 지나 다음 세대로 이어지면서 점차 무뎌지고, 비정상적 현실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9주년 광복절 경축사 일부분이다. 박 대통령은 남북이 실천 가능한 사업부터 행동으로 옮겨서 서로의 장단점을 융합해 나가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며 남과 북은 서로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작은 통로부터 열어가고, 이 통로를 통해 서로를 이해해 가면서, 사고방식과 생활양식부터 하나로 융합해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협력 사업을 확대해 나가자는 제안을 했다.

필자는 며칠 전 두만강을 갔었다. 바로 지척에 북한 땅이 보였다. 중국과 북한을 오가는 무역상인들이 북한 땅에서 중국 땅으로 걸어서 들어오는 걸 보았다. 저녁 초청만찬에서 그 지역 인사 채 모 국장은 선구자 노래를 불렀다.

「일송정 푸른 솔은 늙어 늙어 갔어도/한줄기 해란강은 천년 두고 흐른다/지난 날 강가에서 말 달리던 선구자」

먼발치서 일송정을 바라다보고 온 다음이어서 그런지 왠지 찡해 오는 느낌, 일송정은 일본이 중국을 침략(우리나라처럼 일제 강점기 기간)하여 정기가 서려 있는 소나무 껍질을 벗겨 그 속에 독약을 칠해 껍질을 덮어 못을 박아 시들어 죽게 만들었다는 연변대학 김 모 교수(전)의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뭉클해진다(제주대학 입구 소나무 생각이 났다.). 연변대학은 신입생에게 바로 입학 군사훈련을 일주일 시킨다한다.

오늘(8월 20일)이 그날이란다. 나라사랑 훈련 기간이란다. 김좌진 장군의 청산리 항일기념대첩기념비에 갔다. 한국말 소리에 귀를 빌려 물어보니 강원도에 있는 고등학생 대표단이 나라사랑 대장정을 하고 있단다. 나라사랑을 실천하는 길이란다. 발해 발생지에는 토성이 옛 자취대로 남아 있는데 대조영은 소수민족으로 다수 민족인 말갈족을 거느린 왕이 된 것은 지혜와 나눔이 있었기에 가능했단다.

천당에 사는 사람과 지옥에 사는 사람들의 차이를 아는가? 물론 재미삼아 말을 하는 것이지만 한번쯤 돌이켜 보는 소통을 해보자.

「어느 식탁에서 있었던 일이다. 푸짐한 음식이 차려 있고 사람들 앞에는 1미터짜리 기다란 수저 하나씩 놓여 있다. 사람들은 몹시도 배가 고팠다. 지옥에서는 어떨까? 사람들은 군침을 흘리며 먼저 많이 빨리 먹으려고 음식을 수저에 담고는 자신의 입으로 가져오려 했다.

그러나 번번이 음식은 자신의 입에 넣지 못하고 입 주변만 맴돌았다. 왜? 수저가 너무 길어서 입에 닿지 않았기에…. 천당에서는 어떤가? 그들은 자신의 수저에 음식을 담고 앞에 있는 상대방에게 서로 먹여 주는 게 아닌가? 그러니 그들은 음식을 맘껏 먹어 배고픔을 달랠 수 있었으리라.」

이게 배려다. 아니 통일을 염원하는 우리들의 소통을 실천하는 의지이다. 상대방이 원하는 걸 주면서 자신이 원하는 걸 받아 내야 하는 윈윈 전략, 박 대통령이 통일준비위에서 말했잖은가? 인적 교류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이산가족들이 서로 만나고, 인도적 지원을 더욱 활발하게 펼쳐 서로의 고통을 덜어가고,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노동력을 성장 동력으로 활용한다면 남북한 주민의 삶이 모두 향상될 수 있고, 국제사회에 새로운 성장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남북한 주민들의 삶이 진정으로 융합되기 위해서는 문화의 통로를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통일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을 남북이 함께 발굴·보존할 문화 사업을 준비한다는데 그 의미가 매우 클 것이다. 이는 작은 것부터 소통하며 동질성을 회복하고, 공동발전을 위한 남북한이 지금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사업부터 하나하나 추진해 나가는 행동하는 실천의식이다.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젖는 뱃사공/흘러간 그 옛날에 내 님을 싣고/떠나간 그 배는 어데로 갔소/그리운 내 님이여/그리운 내 님이여/언제나 오려나」

만찬장에서 선구자 노래에 대한 답방으로 부른 눈물젖은 두만강 노래 가사이다. 두만강에서 북한 쪽에서 흘러나오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물결 타고 들렸다. 대답 없는 메아리처럼…. 나라사랑 통일의지, 실천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