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춘식 시조시인

 

어느 국가나 지역을 막론하고 민족과 지역민들이 공유해 온 ‘상징물’들이 있다. 국기와 고유의상, 음식 등이 그 대표적인 것이다.

그 표상에는 자연과 역사, 문화의 의미가 내재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제주의 상징물은 무엇일까. 제주는 오래전부터 삼다도, 삼무의 섬으로 불려오고 있다. 제주사람들과 내방객들은 한라산과 돌하르방을 제주 상징물로 손꼽기도 한다.

그러나 공적으로 제주의 문화상징을 선정하여 선양해 오지 않아서 아쉬움이 컸었다. 그러던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계기로 문화상징 정립사업을 추진하여 2007년에 10대제주문화상징을 선정하였다.

제주10대문화상징은 자연유산으로 한라산과 오름, 역사유산으로 4·3사건, 사회생활유산으로 돌문화 해녀와 갈옷, 초가와 귤, 신앙·언어 유산으로 제주굿과 제주어 등이다. 모두가 제주의 문화유산의 특성과 가치를 원색 짙게 간직하고 있는 상징들이다.

한라산은 제주사람들이 어디에 살든지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다닌다.

여기에는 제주도가 한라산이고, 한라산이 제주도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한라산은 거대한 자연사 박물관이기도 하다. 오름은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기생화산들이다.

360여개의 오름은 아름다운 자연풍광이며, 마을 형성의 모태이자 신앙의식의 터이기도 하다.

제주 4·3 사건은 제주사에 가장 참혹한 역사로 기록된 미증유의 비극이다. 제주공동체 사회를 붕괴시키고 가계사를 왜곡시킨 사건이다. 평화와 인권의 상징으로 승화시켜 나가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관련 유적과 유물들은 보존 활용할 가치가 매우 높다.

해녀는 강인한 제주여성의 상징이다. 해녀들이 캐어낸 해산물 수확은 가정경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왔다.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통해 무속신앙과 민요, 언어 등 독특한 문화를 창조해 내었다. 제주칠머리당영등굿과 해녀노래 등이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갈옷은 무명에 풋감의 즙을 물들여 만든 생활복이자 노동복이다. 복식문화가 다양해지면서 한 때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었으나, 근래에 이르러 노동복과 현대적 감각을 지닌 복식으로 부활되고 있다.

갈옷은 염색공예기술 측면에서도 문화재적 가치가 출중하다. 제주 초가는 제주적 지리·풍토에 알맞게 적응되고 고안되어 제주사람들의 생활의 내력을 온전히 지켜온 삶의 공간이다.

국가 중요민속자료인 성읍민속마을의 초가들은 귀중한 유산이다.

귤은 천년의 재배 역사를 간직한 상징물이다. 조선 시대에는 중요한 진상품으로 관리되었다.

예부터 귤이 익는 풍광을 ‘귤림추색橘林秋色’이라 하여 영주십경의 하나로 손꼽혀 왔다. 재래귤이 문화재로 지정 보존되고 있다.

제주굿은 기층문화의 기반인 신앙의례의 원형이다. 제주의 무속은 개인신앙 뿐 아니라 마을신앙에까지 힘을 미치고 있어 민간신앙에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제주 큰 굿과 송당리마을제, 신당들이 민속자료로 지정되어 있다.

제주는 화산섬이기 때문에 돌이 지천에 깔려있다. 돌담과 돌하르방은 대표적인 돌문화의 표상이다.

돌하르방은 수호신적 성격을 지닌 석조 조형물이며 경계의 기능을 지닌 돌담은 집과 밭, 들에서 만날 수 있는 제주적 풍물이다.

돌하르방과 방사탑, 성곽 등이 문화재로 지정되었으며 밭이 세계농업유산으로 지정되는 것은 매우 큰 가치가 있다.

제주어는 제주인들의 정신세계를 반영하는 언어이며 민속 문화를 표현하는 매체이기도 하다. 제주어는 국어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특수어로서의 제주어를 연구하여 문화재로 전승시키는 작업이 절실히 요구된다. 언어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 것도 멀지 않다.

한 국가와 그 지역 유산의 대표적 상징물의 가치는 오늘날 국경을 초월한다. 또한 우리가 유념해야할 사실은 문화재가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남긴 민족의 얼이 담겨져 있으니까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된다는 점이다.

선조들이 창조해 낸 역사유산과 문화유산에 담긴 지혜가 슬기롭고 합리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제주문화상징물을 소중히 여기면서 원형보존하고 활용하고 연구하고 전승시키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제주인들에게 주어진 의무이며 권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