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연구사 최형순.

 

제주도가 자랑하는 용암숲 곶자왈에는 희귀하고 가치있는 귀중한 자원들이 많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희귀한 동식물자원, 역사유적·문화 등 유·무형의 인문자원, 지질자원 등 다양한 유형의 자원들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선흘곶자왈 지역에 자생하는 ‘제주고사리삼’ 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곳에만 있는 식물이다.

아름답기 그지없고 희귀한 ‘팔색조’는 지렁이가 많은 곶자왈을 좋아한다. 제주도의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최근 들어서 볼 수 있게 된 ‘빌레나무’는 우리나라에서는 한경곶자왈 지역에서만 발견되고 있다.

멸종위기의 큰키나무인 ‘녹나무’와 ‘개가시나무’는 거의 대부분이 한경-안덕곶자왈 지역에서 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규모의 상록활엽수 천연림이 있는 곳은 일부 계곡부를 제외한다면 곶자왈이 유일하다.

곶자왈 내에는 옛적부터 최근까지 사용된 알려지지 않은, 선조들의 숨결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동굴과 유물’들이 여전히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곶자왈은 개발로 인한 파괴의 위기에 처해져 있는, 멀리 있지도 않은, 우리 바로 곁에 있는 현장이다. 곶자왈에서는 골프장, 영어교육도시, 신화역사공원, 관광지, 도로, 송전탑, 채석장 등의 대규모 개발이 급속히 진행되어 왔으며,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는 곶자왈 본래의 속성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이고 우리와 다음 세대들의 삶의 질을 위협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곶자왈의 면적은 제주도 전체의 약 6%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6%의 파괴가 이 보다 더 큰 피해를 제주도민 뿐 아니라 제주도를 찾는 사람들에게 입히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다.

지난 글에서도 밝혔듯이 곶자왈은 지하수자원 보전지구 2등급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공공하수도 연결이나 개인하수 처리시설의 설치가 가능하고, 30% 이상 개발이 가능한 생태계 3등급 이하의 면적이 전체 곶자왈의 약 80%가 해당된다.

전체 곶자왈의 60% 이상이 사유지인 곶자왈은 언제든지 개발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더욱이 사유재산에 대한 공공기관 혹은 법률의 제한은 점차 약해져가는 추세이고, 곶자왈은 갈수록 자본과 개발에 노출되고 흔들리며 위협받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곶자왈을 잘 가꾸고 보전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어떤 일이 있어도 곶자왈을 팔지 않고 지켜가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계신 땅 주인도 본 적이 있다. 그렇지 않다면, 필자는 국유화 혹은 공유화를 권하고 싶다. 즉 국가나 공유화 운동 주체에 기부를 하거나 파는 것을 추천한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국민의 세금으로 사들인 산림을 일부러 파괴하거나 개발, 혹은 구입한 땅을 다시 되파는 경우는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에 숲을 잘 가꾸고 보전하는 등의 공공의 목적을 위해 활동한다. 혹은 매우 희귀한 자원이나 역사적 유물을 보호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고 시급하다는 판단이 있을 시에는 개인의 출입이나 접근을 일부 제한하는 보호시설을 갖출 수도 있다.

제주도에서 해마다 정부 예산으로 곶자왈을 사들이고 있다. 담당자는 언론을 통해서 공고도 하고, 개별적으로 소유주를 찾아가 의사타진을 하고 협상을 하기도 한다. 매우 힘든 업무이다.

관리를 위해서 분할되지 않은 형태로 일정규모의 면적을 사야하는 것도 쉽지 않고. 여러 사람이나 여러 단체로 분할되어 있는 소유지분의 경우 모든 구성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든지, 사고 팔 때 발생하는 세금 부과 등 풀어나가야 할 문제는 많다. 하지만, 국·공유화는 곶자왈을 보전하고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한 현명하고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혹자는 국공유지 곶자왈의 나무를 베어 사용할 것이 아니냐고 묻기도 하는데, 임업적인 측면에서 곶자왈의 나무를 목재로 이용하는 것은 경제성이 거의 없다.

전체 곶자왈의 40% 정도가 국·공유지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곶자왈을 계속 사는 이유는 개발의 위기에 처한 곶자왈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곶자왈은 지금도 농경지, 주거지, 골프장, 택지개발 등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