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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들레르의 가을의 노래시로 여는 제주아침183
나기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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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0.16  18:5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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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쟎아 우리는 차가운 어둠 속에 잠기리니,
잘 가라, 너무나도 짧았던 우리 여름철의 눈부신 햇빛이여!
나는 벌써 듣노라, 처량한 소리 울리며

안마당 돌바닥에 떨어지는 나무 소리를.
 .........
나는 듣는다 몸을 떨며, 장작개비 떨어지는 소리를.
교수대 세우는 소리인들 이토록 은은하지는 않으리라.
내 정신은 지칠 줄 모르는 육중한 파성破城 망치에
허물어지는 탑과 같도다.
 .........
그렇지만 사랑해 다오, 다정한 사람이여! 어머니가 되어다오,
은혜 저버린 사람에게도, 심술궂은 사람에게도.
애인이여 또는 누이여, 빛나는 가을날의
또는 저무는 해의 잠시의 다사로움 되어다오.

덧없는 인생이여! 무덤은 기다린다, 허기진 무덤은!
아! 당신 무릎 위에 내 이마를 올려 놓고,
따가운 흰 여름을 그리워하며,
만추의 따스한 노란 햇빛을 맛보게 하여 다오!
-보들레르, ‘가을의 노래’ 부분


1971년에 나온 정음사 신역 ‘세계문학전집3, C. 보들레르’는 누렇게 모서리가 벗겨져 있다. 시집 『악의 꽃』 부분에는 제목에 ‘상승’, ‘여행에의 권유’, ‘가을의 노래’에만 동그라미가 쳐져 있고 밑줄도 여럿 그어져 있다. 예전엔 심한 신경증에 과격한 언어를 쓰는 저 프랑스의 19C 시인의 시가 잘 다가오지 않았던 것 같다.

하나, 이제 나도 갑년을 넘어 가을바람도 솔솔 부는 듯해 그의 절절한 실존의 육성이 남 같지 않다. 이 가을, 그와 함께 하며, 지상에 유배된 저 ‘알바트로스’ 새의 등에라도 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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