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하고 뜬 땅에서 농사만 짓고 살기에는 너무나 열악했던 환경. 그 속에서 생활을 해나가려면 남녀노소 모두가 발 벗고 나서야 했다. 노동으로 시작해서 노동으로 하루 일과를 마치는 제주여성들은 노동에 구분을 짓지 않았다. 집안의 모든 대소사를 비롯해 육지에서는 골괭이를 들고 땅을 경작하고, 바당 밭에서는 바람이 불든 눈비가 오든 아랑곳 하지 않고 뛰어들어 해삼물을 캐고, 아내와 며느리, 그리고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하면서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삶에서 힘이 들면 생활 속에서 신들을 찾아 하소연을 하고 저승길 오락가락하는 잠수질의 설움과 두려움은 노래로 달랬다. 여성들의 노동이 남성보다 3~4배가 되다보니 그만큼 여성들의 비중이 컸으며 경제력이나 가치관을 무시하지 못했다. 이러한 삶들이 지속되면서 자연스럽게 제주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었고 제주여성들의 자주적이며 독립적인 삶의 축이 형성된 것이다.

 역사를 들여다보면 조선 인조 7년(1629)부터 출륙금지를 당하여 250여년이란 세월을 섬이라는 공간에 갇혀 보내야 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제주 여성들은 생존을 위해 공동체 정신인‘수눌움’과 절약정신인‘냥정신’을 구축하며 핍박과 설움의 역사를 강인한 정신으로 이겨내면서 주체적인 삶을 이끌어왔다.

‘살암시난 살앗주’,‘어떵허느니 니 조그물엉 살암시라 살암시민 살아진다. 우리 어머니들은 어머니의 어머니에게 이러한 말들을 들으며 척박하고 질펀한 삶을 눈물로 엮으며 살아왔다. 가슴 찡하도록 애환이 깃든 말. 우리 어머니들이 근면과 부지런함으로 공동체 삶을 엮어왔듯이 제주의 딸인 우리들도 그 강인한 정신을 바탕으로 노력한다면 안 될 일이 뭐가 있겠는가.‘살암시난 살았주’가 아니라‘잘 살아보자’

 이제 대망의 2008년이 문을 열었다. 풍요와 희망과 기회의 해인 무자년에는 부지런한 쥐들처럼 여성들이 두드러진 역할을 할 때다. 문화, 행정, 관광, 분야 등 구분하지 말고 저마다 타고난 소질을 계발하여 제주여성의 저력을 보여줄 때다. 제주문화를 엮어가면서 흔들리지 않는 중심축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여 국제자유도시에 걸맞은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고 더 나아가  제주여성의 강인한 정신과 자긍심을 세계로 뻗혀 진정한 제주인의 원동력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겠다. -박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