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경 제주 YWCA회장.

 

지난번 본지 10월 2일자 칼럼에 이어 생명위기 시대를 살아내기 위한 기독여성들의 실천의 두 번째와 세 번째 이은 마지막 네번째 대안에 대해서 한국YWCA연합회의 생명비젼연구소의 정책과 특강을 중심으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우리들을 자본주의 방식으로 살게 하고 사고마저도 지배하게 된 것이 근대적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이해를 전환시킨 것에 있다는 분석들을 한다.

근대적 시간개념과 공간개념은 우리를 물질주의, 경쟁논리, 획일화, 통제라는 삶의 방식에 지배당하게 한 것이다. 자본주의적 사고는 대량생산과 이윤을 높이기 위한 최고 상품 만들기이다.

시간 개념을 보면, 농경사회는 삶이 자연의 리듬을 따라 움직인다. 새벽닭이 울면 일어나서 나가 일하고 저녁에 해가 지면 집에 돌아와 쉰다.

이렇게 시간은 우리의 행동과 말, 사고를 제약하고, 그 흐름을 적당한 단위로 절단하여 채취하는 ‘시간’기계이다.

문제는 이러한 시간-기계가 사람들의 활동만을 강제한 것이 아니라 내면에까지 침투하여 특정하게 코드화된 행동 양상, 습관양상으로 신체에 새겨진 일종의 생체권력으로 까지 되었다는 사실이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한 가지 일을 하면서도 주위의 모든 것에 대응하고 신속히 동작하는 사람, 생동감 넘치는 기민성 이런 것이 인정받는 행동이 된다.

공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공간에 따라 우리 행동과 생각이 달라지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다.

근대의 공간은 우리의 말과 행동, 사고를 제한하고 특정한 형태로 반복하게 하는 ‘공간기계’이다. 근대적 공간이해의 특성은 공장, 학교, 집과 같은 공간의 변화에서 비롯되었고 공장에서는 동일한 시간 동일한 공간에서 노동하게 함으로써 생산의 확대를 가져 오게 되고 집단의 획일화, 통제화 그리고 같은 행동의 양식화를 가지게 하였다. 

근대에서 ‘집’은 사적인 폐쇄공간으로 축소되었다. 생산장, 소위 공적 영역과 삶의 장소, 곧 사적 영역이 분리되었고, 근대에는 독자적 생활공간으로, 사생활이 보장되는 공간으로 집이 철저하게 분리된다.

이러한 근대적 시간, 공간-기계가 성립된 것은 사람들의 활동과 행위를 획일화, 양식화시켜서 통제 가능한 것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며, 따라서 규율과 체계와 연관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삶의 시간과 공간을 어디에 두고 있는 것일까 생각하게 된다. 우리의 하루 시간이 어디에서 어떻게 보내지고 있는 것일까를 다시 생각해보며, 이 근대적 시간과 공간으로부터의 해방을 소리 높여 외치게 될 상황에 이르렀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멕시코에 사는 한 어부와 미국인 사업가의 대화를 소개 하고자 한다. 한 미국 사업가가 멕시코의 어느 마을 작은 해변 방파제에서 어부가 배를 매고 있는 것을 보았다.

배에는 제법 커다랗고 노란색의 지느러미 연어가 여러 마리 잡혀있어 미국인은 “좋은 생선을 잡았네요”하고 인사하고는 고기 잡는 데 얼마나 걸리냐고 물었다. 어부는 “잠깐이면 된다”고 했다. 미국인이 왜 더 많이 잡지 않느냐 물었더니, 어부는 이 정도면 우리 가족 하루살기에 충분하다 했다. 미국인이 나머지 시간은 무얼 하느냐 했더니, “늦잠자고, 아아들과 놀고, 아내와 낮잠 자고, 친구들과 기타 치며 놀지요”라고 했다.

미국인은 자기가 하버드대 MBA출신인데 도와줄 테니 어촌을 떠나 멕시코시티에 가서 통조림 공장도 만들고 기업을 확장하여 뉴욕까지 가게 해 보라 했다. 어부가 “그렇게 하는데 얼마나 걸리나요?”라고 물었고, 미국인은 한 15~20년 정도 걸릴 거라고 말했다.

그 다음 어부는 “다음엔 무얼 하지요?”라고 물었고, 미국인은 “은퇴하여 작은 해변 어촌에 와 늦잠자고, 아이들고 놀고 아내와 낮잠자고 친구들과 기타 치며 놀면 되지요”라고 대답하였다.

더 많이 가지기 위해 가장 소중한 것들을 버리는 지금, 우리 삶의 방식 바꾸기를 일상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실현해 나갈지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일이 지금 우리 앞에 매우 절박한 일로서 다가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