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리리 제주여성인권연대 대표

 

필자는 최근 중학생들에게 ‘인권’이 무엇인지를 물어보았다.

‘사람답게 살 권리를 말하며, 사람으로서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주어져야 할 권리’라고 그들은 인권을 명쾌히 정의한다. 

이 명쾌한 정의에 그들에게 찬사를 보내면서도 필자는 우리의 인권 현실이 ‘인권 정의’ 만큼 실현되고 있지 않은 점에 대해 이를 바로 잡지 못하는 어른으로서의 책임 부족에 송구하고 민망하기만 하다.   

인권이란 한마디로 ‘살 권리’ 이지만, 가난 앞에서는 무력하고, 법을 내세워 천대하는 세력들 앞에서는 배제되고, 정치권력의 탐욕적 계산 앞에서는 외면되는 인권들이 되고 있는 현재에 탄식하며 이 현실을 적극 바꾸지 못하고 있는 점은 필자처럼 부족한 인권활동가의 책임 또한 크다고 본다.  

특히 외면받고 소외되고 있는 인권 상황에 놓인 국민을 상대로 2차 폭력을 어김없이 강행하는 민간 조직이 있었으니 그것은  ‘어버이연합’, ‘한겨레청년단’ 그리고   ‘서북청년단’등과 같은 폭력 조직의 출현이다.

이들 조직은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국민농성장을 찾아와 ‘불법 점거를 그만두라’고 협박하는가 하면, 반공조직인 ‘서북청년단 준비위’는 지난 12일 광화문에서 농성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찾아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만든 노란 리본을 정리하겠다며 행동에 나섰다.

이에 세월호참사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농성장을 찾아온  ‘서북청년단’ 회원들에게 진지하게 물었다고 한다.

“나라 구하는 단체라고요? 어떤 게 나라 구하는 거예요? 어떤 식으로 운동해요?”, “아이들이 죽은 게 거짓입니까? 지금도 9명이 실종상태인데 그게 거짓이냐?”고 물었다.

하지만 정함철 서북청년단 재건준비위 대변인은 “우리는 거짓과 맞서 싸우는 것이다. 지금 광화문에서 농성하며 벌어지는 게 다 거짓이다”라는 말만 되풀이 하였다는 것이다.

같은 하늘아래 같은 인간의 모습으로 같은 사회문제를 경험하고 있으면서도 어쩌면 저렇게 왜곡되고 폭력적일 수 있는지 그 의도에 의아스러움과, 그들의 출현에 의혹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생각일지 모르겠다. 

특히 서북청년단의 재출현은 우리 제주도 사람들에게 분노 그 이상이다.

서북청년단은 해방이후 월남한 자들로 조직된 단체이며 혼란스러운 해방정국에 이념 갈등을 고조시키며 이른바 ‘좌익’세력에 대한 대 테러를 감행하는 조직이었다. 제주 4·3 당시 서북청년단은 약 3만여명에 달하는 제주도민을 학살하는 과정에 군인과 경찰을 대신해서 주도적으로 참여한 인권말살, 살인자 조직이였다.

제주도민들은 아직도 당시의 서북청년단의 만행을 생생히 기억한다.

아직까지도 4.3 진상과 명예회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제주 피해자들의 상처가 크게 남아있는 상황에서 학살의 주범격인 서북청년단이 부활한다는 것은 제주도민들을 두 번 죽이는 파렴치한 폭력조직의 출현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이 폭력조직이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 요구를 협박으로 종료하려 한다는 것은 또한 지나쳐도 너무 지나친 인권탄압 만행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사회에 ‘일베 현상’ 등을 통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적 표현이 도를 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국가 차원의 인권교육과 안전관리를 절실히 강행해야 하는 이때, 이런 국민대테러 조직이 국민들 앞에 나타나 자유민주주의 헌법질서를 부정하고 극도의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며 돌아다니고 있는데 정부는 어떠한 조치도 하고 있지 않음은 오히려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당장에 정부는 ‘서북청년단’과 같은 폭력조직에 대해 그 출현은 물론 국민을 상대로 공공연히 협박하는 행동에 대해 엄격한 수사를 전개하여, 응당의 법적 조치로서 대응하여 자유민주주의 헌법질서와 인권을 수호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존엄과 인권존중이 이 사회의 최고 명제임을 재확인하고, 사람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라고 정의하는 중학생들의 인권시각과 그 수준에 부합하는 정부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