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혜영 소설가.

 

얼마 전부터 음식을 먹으면 배가 꽉 찬 느낌이 들면서 속이 쓰렸다. 평소 소화가 잘 되지 않아 불편을 겪었던 터라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속쓰림과 위통이 오래 반복되자 무슨 병에 걸린 건 아닌가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비슷한 증상을 검색하니 위궤양, 위암 같은 단어들이 튀어 나왔다. 덜컥 겁이 났다. 서둘러 병원에 전화를 걸어 내시경 검진을 예약했다.

긴장한 마음으로 찾은 병원 대기실은 환자와 보호자로 꽉 차 있었다.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대기실 앞에 놓인 모니터가 켜졌다. 작은 카메라가 달린 가느다란 줄이 입 속으로 들어가더니 곧 내시경이 비추는 위 속 영상이 나타났다.

난생 처음으로 누군가의 내부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사람마다 외양이 다르듯 장기도 조금씩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대기실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모니터 속 영상을 진지한 눈빛으로 주시했다. 건강한 분홍빛 위가 나타나면 별 말이 없었지만, 울혈자국이나 헐어서 하얗게 된 위가 나타나면 서로 걱정스런 표정으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비록 다른 사람의 장기이지만 건강하기를 모두 바라는 것 같았다.

검사실 침대에 누워 마취를 기다리는 동안, 모니터에서 본 피 흘리는 위 영상이 눈에 아른거렸다. 내 속도 그러면 어쩌나 하는 긴장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고 불규칙하게 지내 온 그동안의 시간이 후회되었다.

검사를 마치고 나오자 의사가 사진을 보여주었다. 다행히 내 위는 분홍빛을 띠고 있었다. 의사는 위와 식도에 약간의 염증이 있지만 염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했다. 무시무시한 병명을 떠올리며 겁을 먹고 있던 나는 의사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검사결과를 안 다음부터는 기분탓인지 음식을 먹어도 소화가 잘 되고 여러 날 괴롭히던 위통에서 벗어났다. 모든 병이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말이 실감났다. 새삼 사람의 속을 직접 들여다볼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한 의학이 놀랍고 감사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사람의 마음도 내시경처럼 들여다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치고 부딪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그 속을 알 수 없어 상처를 주고받을 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은 예측불가능하고, 시시각각 변한다. 예민하고 연약해 타인의 말 한 마디, 사소한 행동 하나에 상처를 받는다. 그래서 가끔은 상처를 입는 게 싫어서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는 경우가 있었다. 상처를 받는 마음 따윈 차라리 없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은 결국 ‘마음’을 통해 세상을 느끼고, 받아들이고, 경험한다.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고, 세상으로 나가는 통로가 바로 마음인 것이다. 그러니 마음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세상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세상을 온전히 받아들이지도 못한 채 살아가게 된다.

그동안 무언가를 찬찬히 바라보고 살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생각했다. 늘 쫓기듯이 달려가느라 다른 사람은 물론 나 자신도 들여다보지 못했다. 어쩌다 들여다 볼 기회가 있어도 외면하고 무시해왔다.

이제는 주기적으로 위나 대장과 같은 장기에 내시경을 해서 혹시 병이 생긴 것은 아닌지 검사를 하듯이, 마음에도 ‘마음의 내시경’을 넣어 이상이 없는지 살펴봐야겠다. 내 마음은 물론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