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춘식 시조시인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11월 17일 도의회 시정연설을 통해 ‘앞으로 제주를 아시아 최고의 장기체류형 휴양 관광지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여러가지 내용 가운데서 관심을 끄는 시책은 ‘제주에 어울리는 문화예술의 옷을 입히고 아이디어, 열정, 감성에 기반한 문화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부문이었다. 여기에는 축제와 국제 회의, 레저스포츠의 육성도 들어있다. 문화예술을 자원화하고 미래자본으로 삼아 나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축제를 육성하여 관광자원화 하겠다는 논의는 오래전부터 계속되어 오고 있다. 새해를 여는 성산일출제에부터 국제감귤박람회까지 사계절 동안 축제는 계속 열린다. ‘축제의 섬 제주’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는 만틈 풍성하다.

‘축제의 관광자원화’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과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축제의 규모와 내용, 예산확보와 장소 등에 종합적인 분석과 대책이 요구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과정은 새로운 축제의 개발에만 관심을 기울여 온 것도 사실이다.

여러 축제 육성과제 중에서도 다목적 야외축제장 조성이 시급히 풀어 나가야 할 숙제다. 일반적으로 축제는 집단성·현장성을 드러낸다. 축제는 집단적인 참여에 의해 성취되며 아울러 강한 현장성을 드러낸다.

축제야말로 현장을 통해 살아나는 뜻있는 창조적인 놀이이다. 축제는 대동적인 형태로 일정한 공간에서 ‘판’을 형성시키면서 전승되어 가기 때문이다. ‘판’을 형성시키려면 마당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제주의 축제장소들이 제대로 만들어졌는지는 아쉬운 대목이다. 체육 경기장은 곳곳에 조성하면서 말이다.

외국의 경우를 사례로 들 필요는 없다. 국내의 유명한 축제들의 장소만 살펴보더라도 그 필요성이 충분하다. 강릉단오제는 시가지 중심을 흐르는 남대천에 행사장이 조성되어 있다.

신라문화제는 경주 보문단지에 있는 문화엑스포 공원에서 매년 개최된다. 백제문화제는 백마강변에 축제장이 만들어져서 다목적 행사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진주의 유등축제는 남강변에 마련된 축제장에서 열려 수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경북 안동의 탈춤축제도 마당놀이 행사장이 마련되어 국제 행사로 열리고 있다. 이렇듯 다른 지역은 축제의 관광자원화에 열성을 쏟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제관광지 제주는 어떠한가? 들불축제가 열리는 새별오름 일대가 기반시설을 갖추었을 정도다. 왕벚꽃 큰잔치는 제주종합경기장 정문 안에 협소한 공간인 아스팔트 위에서 열린다.

53회의 연륜을 쌓은 제주의 대표적 전통문화예술축제인 탐라문화제는 정처없이 떠도는 나그네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탐라문화제는 1965년 제4회부터 8회까지는 관덕정 일대에서, 1970년 제9회부터 1994년 33회까지는 제주종합경기장에서, 1995~1996년은 탑동광장에서, 1997년부터 2000년까지는 다시 제주종합경기장 일대에서 개최되었다.

그리고 2001년 제40회부터 2006년 제45회까지는 신산공원에서 열렸고, 그 이후는 서귀포천지연광장에서 두 번 개최되었다. 2011년 50회부터는 다시 제주시 탑동광장에서 열려오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시 탑동광장은 큰 축제를 열기에는 여러가지 여건이 미흡하다. 우선적으로 공간이 협소하다.

올해부터 대형공사가 이루어지면서 주변의 공터를 이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바닷가여서 해변의 낭만이 넘치는 곳일 것 같지만, 그것은 여름철에 한정된다. 바람이 심하게 불고 방파제를 넘어 물결이 넘쳐서 특설무대와 천막 시설들의 안전을 도모할 수가 없다.

 바람 소리에 음향이 날려서 무슨 소리인지 구분이 안될때도 많다.

이제부터 문화의 가치를 키우는 시책차원에서 축제의 문화관광자원화를 위한 다목적 야외축제장을 전략적으로 조성해나가야 한다.

장소는 신산공원이나 시민복지타운, 제주시 인근 공원지역이면 될 것이다. 입지선정과 여건조성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면 된다. 예술의 섬 제주를 만드는 시책의 일환으로 축제 장소를 조성해 나가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탐라문화제와 제주국제관악제를 비롯한 크고 작은문화예술 행사들이 계속 열려서 문화관광자원이 되고 관광객들이 찾아 오면 제주는 품격높은 국제적 휴양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