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충성 논설위원

 

1950년대까지 만해도 육지에서 나는 제주사람이라고 얼굴 내밀고 살지 못했다. ‘제주 빨갱이’니 ‘제주 똥돼지’니 해서 별로 상대하러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서울에서 방을 하나 얻는다든가 하숙을 하려 할 때 고향이 제주도라면 빌려줄 방이 있는데도 안 빌려줬다.

하숙도 마찬가지였다. 간단히 생각해보면 대략 두 가지 이유에서였던 것 같다.

하나는 6.25 전쟁을 겪으면서 죽음을 넘어서 살아났음으로 제주를 잘 모르는 이들은 제주 4.3사건 때문에 제주 사람은 ‘빨갱이’라고 싸잡아 포괄적으로 믿어 제주 사람을 싫어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하나는 이 전쟁 중에 제주로 피난 왔던 이들도 토박이말로 ‘통시(화장실)’에서 돼지에게 봉변을 당했던 사람들은 ‘제주도 똥돼지’를 잊지 못한 것이다.

이 같은 연유로 해서 제주 사람을 기피하는 일들이 벌어진 것으로 여겨진다.

제주 사람 가운데는 이데올로기 때문에 서울에 살면서 불이익을 당했는데 학계에서 내노라 하는 사람까지 그래서 본적을 옮긴 사람도 생겨났다하니 제주 사람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짐작할 만하다.

요즘은 어떠한가? 어디서든 만나는 사람마다 제주에 산다고 말하면 좋은 데 산다고 관광을 갖다왔다느니 심지어 귤 밭이거나 땅을 조금 갖고 있다고 자랑하는 이들도 있다. 이제 제주도는 특별자치도로 평화의 섬이 되었다.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간다고 한다. 각 분야 예술인들도 이곳에 집을 짓거나 사서 살고 있다.

그들의 예술 활동도 대단하다고 한다. 귀농을 하거나 다른 일들을 하면서 사는 이들이 해마다 늘어난다니 제주 사람으로서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이냐 싶다.

1950년대 말 제주 출신 학생이란 이유로 하숙방 하나 제대로 구하지 못하던 옛일을 생각하자면 천지가 개벽한 것이다.

그런데 제주 발전에 빨간 불이 켜지고 있다한다. 몇 년 전부터 부동산투자 이민제를 실시해서 외국자본을 제주 개발에 쓰려 했는데 잘못되어 간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사람들이 많은 땅을 사서 무분별하게 펜션 따위를 짓는 등 난개발 등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땅값이 두 배 이상 뛰어도 땅이 없어 못 판다는 것이다.

아무리 글로벌시대라지만 제주 발전은 고사하고 정체성 훼손 등으로 옛 제주는 서서히 사라질 기로에 있다고 걱정들이다. 제도가 잘못되었다면 빨리 바꿔야 마땅하다.

제주를 사랑하는 내외국인들도 제주 땅을 사서 관광객 위주의 고층 고급 호텔 짓기니 카지노 시설 등을 하는 것이 제주를 사랑하고 제주 발전에 일조하는 것은 아니다. 돈벌이를 하자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보다 못한 중앙의 각계각층의 50여명 예술인들이 이 문화의 보고였던 제주도가 망가지고 있다며 문화로써 되살리고 치유해야한다는데 공감하고 ‘제주도를 사랑하는 예술인 모임’을 발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18일자 조선일보). 이들은 ‘제주도 예술성 프로젝트’를 펼칠 계획이라고 한다. 슬로건은 ‘다 함께 지키자 아름다운 제주도, 우리가 만들자 세계적인 예술 섬’인데 각자  영역에서 제주도를 보호하는데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를 낸다는 것이다.

크게 기대하면서 박수를 보낸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다른 한 녘으로 생각하자면 제주 출신 예술인들은 뭐를 하고 있는가, 제주에 살면서 구경이나 하는가 하는 몰염치이다. 그렇지 않다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제주를 사랑하지 않거나 능력이 없다고 해야 될 것인가? 제주에 사는 예술인들은 하찮은 존재로서 무시당해도 괜찮은 것인가?

어째서 제주 문화가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죽어가는 문화의 내용이나 대상은 무엇인가? 그냥 버려두고 있는가?

미명 아래 제주를 죽이고 있는 이들은 과연 누구들인가?

뭐니 뭐니 해도 제주는 제주여야 한다. 아무리 글로벌 시대라지만 제주는 제주 사람이 사는 곳이다. 제주 사람의 문화를 보존이니 발전이니 하는 돈쓰기로 망쳐놓아선 안 된다.

제주 사람들도 제주 사랑을  제대로 하라. 제주 출신 예술가들이 눈에 차지 않아서 중앙의 예술인들이나 초청해서 시낭송을 하거나 콘서트를 하거나 세미나를 열어야 콧대가 서는가? 중앙의 시인의 시로 제주에 꼭 시비를 세워야 권위가 서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