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순복 동화작가.

 

절대 짧지 않은 인생을 시간을 살아오면서 요즘처럼 성추행이니 성폭행이니 하며 성에 대하여 여과 없이 자주 입에 올렸던 시절은 없었던 것 같다.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 이렇게 끔찍하도록 성추행이란 말이 자주 돌아다녔을까? 성이란 단어가 언제부터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오르내렸을까 말이다.

각자의 생각과 이념에 따라서 성은 아름답기도 추하기도 한, 상황에 따라서 카멜레온 같은 변화무쌍한 색깔을 지닌 단어임에는 틀림이 없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성은 억제하기 힘든 궁금한 존재이며 어른들에게는 격식을 갖춘 점잖은 척하며 때로는 즐거운 오락 같은 놀이인 것을 부인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 딸 가진 엄마들 마음이야 이 성이란 단어가 마음 놓고 즐길 정도로 안심할 수 있는 단어인가.

귀가시간이 조금만 늦어도 언제 어디서 내 딸이 추행범에게 노출될지 모르는 불안하고 초조해서 안절부절못하는 것이 성추행이니 성폭행이니 하는 짓들 때문인데. 아무 탈 없이 귀가한 자녀를 보고서야 왜 이렇게 늦었냐고 야단하는 것으로 한 시름 놓는 어머니들이 마음을 딸들도 알고 있다.

필자가 어렸을 때는 집에 늦게 들어가도 동네 누군가의 집에서 노느라고 귀가 시간을 잊었구나 하고 걱정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불과 몇 십 년 사이에 달라도 너무 달라져 버린 성이라는 풍속이 아름답기보다는 무섭고 불안하고 끔찍한 일이 되어 버렸으니…

몇 년 전 수학여행을 오가는 여학생들을 바다 한가운데서 만난 적이 있는데 선상으로 올라와 바다를 즐기려는 학생들의 치맛자락을 바닷바람이 점잖지 못하게 들춰 올리고 있었고 학생들은 날리는 치맛자락을 움켜쥐느라 흔들리는 선상에서 휘청거리는 것을 보고 있자니 안타깝고 답답해서 속상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왜 여학생들은 치마를 입어야 하는가? 그것도 바람이 불면 그대로 날리게 되는 A형도 아닌 후리아 스커트를. 남학생들은 바지를 입어서인지 행동도 자유스럽고 아무 데나 털썩 주저앉아서 젊음을 만끽하는데 지금이 어느 때인지 요조숙녀인양, 여자는 조신해야 한다고 치마를 입히고 수학여행에 나섰느냐 말이다.

단연히 바지를 입혀야 한다. 하얀 파도와 푸른 바다를 보기 위해서. 제주 매서운 바람에 기분 좋은 여행을 즐기기 위해선.

왜 여학생들 교복은 치마여야 하는가? 간혹 바지를 입히는 학교를 본 적도 있긴 하다. 바지든 치마든 여자 남자를 떠나 자신이 활동하기에 편한 옷을 입을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꽃 같이 자라나는 우리의 딸들을 굳이 짧은 스커트로 성적인 눈요깃감이 되게 해서는 아니 된다.

요즘 여학생들은 무릎길이의 치마도 길다고 수선집 가서 짧게 줄여 입거나 허리를 접어서 짧은 치마로 입는다고 들었다. 그러고 싶을까 싶다.

요즘같이 성 추행범들이 지뢰처럼 숨어 드러나지 않은 현실 속에서 왜? 핫팬츠같이 속옷이 다 보이는 옷을 입고 허벅지 깊은 곳 까지 날 봐라 고 대놓고 유혹하는 꼴처럼 되어 보이는 건 지극히 보수적인 나 혼자만이 생각이고 고집일까?

여자들이 그러니 남자들이 침을 흘리는 거 아냐? 하며 짧은 옷을 입는 이유를 들어 보니 시원해서란다. 아니다. 그렇게 덥지 않은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팬티가 다 보이는 핫팬츠를 입고 거리를 다니는 것은 추행해도 된다는 암묵적 행동처럼 느껴져서 보는 내가 다 불편하다.

옛날 치마길이가 너무 짧은 것을 단속하던 시절이 그립다. 그 때는 성추행이니 성폭행이니 하는 말을 별로 들은 기억이 없다.

어쩌면 모르고 살았을 수도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를 볼 때와  바지를 입은 여자를 볼 때 남자들이 성적 행위는 다를 것이 자명하므로 우리의 귀한 딸들에게 치마 대신 바지를 입혀다오.

그래도 좋으니 나는 꼭 짧은 치마를 입겠다는 몇몇 학생을 제외하더라도 반드시 교복바지를 입게 해야 한다. 그래서 단 10% 성추행을 사전에 차단할 수만 있어도 바지를 입게 해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