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영주 교육학박사, 한글학회 정회원

 

 
댄서의 순정인가?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처음 본 남자 품에 얼싸 안겨/네온사인 아래 오색등불 아래/춤추는 댄서의 순정」 이는 ‘댄서의 순정’ 노랫말이다. 댄서는 이름이 없다. 그냥 색소폰 소리에 맞춰 춤추다 팁만 받으면 된다. 그러나 순정은 지켰다.

필자는 며칠 전 한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글이 쉽게 읽히네?”라고 할 뿐, 토씨가 바르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며 지난날 자신이 썼던『내 뜰 가득 숨탄것들』이란 한글바로알기 책의 머리말을 고쳐 보고자 한다는 하소연이었다.

“한글이 신문, 방송에서 밀려나고, 거리의 간판은 국적불명의 언어로 외울 수도 없고, 길도 못 찾아가는 이 서러움을 벗어 던지고 싶은 마음으로 조언을 요청”해 왔지만 내 힘으론 무리라 여겨 대답을 자제하고 있다.

「우리덜 모심에 벳 들엄시민 여름인 여름인 푸릴거우다/산이영 드르영 낭덜이영 퍼렁헌 썹으로 푸리게 푸리게 덖어진 소곱에/퍼렁헌 모심으로 커져 감수게」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동요 ‘파란 마음 하얀 마음’의 제줏말 가사이다. 보면 볼수록 들으면 들을수록 정감이 가는 게 제줏말이다.

훈민정음(1443년 창제, 1446년 반포) 창제 당시에 쓰였던 28자 중 4자가 사라졌지만 제줏말에는 아직 아래아가 남아 있어서 모두가 귀중하게 여기고 있다. 여기서 잠깐, 제주어? 제줏말? 제주말? 제주방언? 제주사투리? 제주 사람말? 어느 용어를 써야 좋은지 조율이 필요한 것 같다. 

제줏말을 연구하는 단체로는 제주어보전회(회장 문정수), 제주발전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센터장 문순덕), 제주대학교국어문화원 제주어센터(원장 강영봉)가 떠오른다. 이 외에 교사들의 모임인 제주어교육연구회(회장 문덕찬)도 있다.

제줏말 관련 단체들은 ‘제줏말 말하기대회, 일반인과 교직원 대상 제줏말 교육프로그램 운영, 제줏말 보존 관련 세미나 개최, 제줏말 연구’ 등을 통해 제줏말이 사라질 위기(유네스코에서는 제줏말을 사라질 위기 언어라는 4단계로 분류하여, 상당히 위험한 상황임을 예시하였다.)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느라 동문서주하고 있다.

또한 제주도교육청에서는 소멸위기의 제줏말 교육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제주인의 정체성 확립과 제줏말 전승 보전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였다.

제줏말 교육 장학자료 제작, 틈새 제줏말 동요 듣고 부르기, 주 1회 제주어의 날 지정, 각종 연수 시 제줏말 강좌 개설을 통해 제줏말의 전승 보전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에 이 정책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제언한다면, 학교교육과 연계선상에서 교사 임용고사에 제줏말 평가를 반영하여 제줏말 수업대회나 제줏말 수업명장제도를 시행했으면 한다.

그리고 제주4.3사건 관련 교과서 편찬 시에 필요에 따라 제줏말로 작성하여 역사와 제줏말 교재로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줏말의 세대 전승과 상용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하여 제줏말의 문자기록화 사업, 제줏말 간판 거리 조성, 제줏말 마을 지정 등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고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이 기대에 맞게 지방공무원 채용시험에 제줏말 과목 신설도 연구해 볼 일이다.

이 외에도 교육단체, 문학단체, 민간단체 등이 제줏말 교육자료 발간, 제줏말로 창작하기, 대중음악인들의 제줏말로 노래 부르기 등에 참여함으로써 제줏말이 문화콘텐트로 자리매김 되고 있다.

특히 제주문인협회와 제주작가회의에서는 제줏말 시집과 산문집을 세상에 내 놓는 등 문화예술인들이 제줏말을 살리고 보전하는데 열정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제줏말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큰 그림을 그리는 곳이 제주특별자치도라면, 이 속의 제주 문화예술 협치 준비위원회에게 맡겨진 임무는 중대할 수 밖에 없다.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예술 협치 준비위원회(언론에 의하면 얼굴과 이름도 드러나지 않은 채 문화정책과 예산을 고위층과 협의한다 한다. 협의? 도지사는 절대 아니라고 수학정석 공식을 내 놓고…. 찌라시? 만사원통?)가 제줏말 보전을 위해 정부의 언어정책은 물론 국제적인 언어정책으로까지 연대할 수 있는 유수의 위원회라면…. 그러나 만약에 일부의 의견과 이익에만 급급하고 거시적으로 대처하는데 소홀한다면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처럼 색소폰 소리에 맞춰 춤추는…. 우리 모두의 바람대로 진정한 협치위원회가 되려면 제주의 언어와 문화가 융성해질 수 있도록 객관적이고 공정한 식견을 발휘하여 할 것이다.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지. 그 명성, 이름(?) 값이 얼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