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들이 우리에게 주었던 인생의 등불과도 같은 위대한 명언과 깨달음을 얻게 해 준 삶의 철학을 재확인할 수 있었던 “인생고수”<안광복 지음>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시체 태우는 연기가 끊이지 않는 굴뚝을 바라보며 살아가야 하는 희망 없는 삶의 현장인 생지옥 아우슈비츠의 현실 가까이에 있지 않은 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감사할 거리와 긍정적인 희망의 이유들을 가까이에 두고 있다. 경제 한파가 휘몰아치고 있는 현실의 각박하고 처절한 생존경쟁이 바로 코앞에 존재하고 있지만 전쟁 포화 속에서도 살아남아 성공을 일구어낸 인간승리의 사례가 있듯 부정적인 세태의 흐름 속에서도 분명히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삶의 방향이 존재하고 있다. 종종 고난은 우리를 힘겹게 하지만, 이 때문에 인생은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본문의 내용이 요즘 중년의 위기와 경제 한파의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는데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모 세대가 4.3의 고통과 6.25 전쟁의 참상을 직접 목격하고 체험하며 극한 상황을 이겨내었다. 그렇게 해서 오늘날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일구어 낸 것을 감안한다면 경제위기를 타파할 긍정적인 요소가 있음을 숙고할 필요가 있다. 채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운 공간이 필요하다. 공간은 한정되어 있다. 한정된 공간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워내고 채우는 작업이 필요하다. 성현들이 터득한 삶의 지혜가 우리의 비운 공간에 들어와 출렁이는 이유는 내면의 깊은 성찰을 통한 삶의 철학을 현실에 적용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내면을 가꾸지 않고 외향적인 삶에 치중했다면 우리가 느끼는 감동은 결코 오래가지 못했을 것이다. 높은 곳만을 향해 나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에서 타인을 배려하고 자기만족을 줄 수 있는 행복의 요소들은 널려 있다. 사람과의 교류를 떠나서는 살 수 없고 다른 사람들이 내게 보내는 평판을 그냥 흘려보내는 일 또한 쉽지 않다. 그러나 너무 평판에 현혹되다 보면 자신의 중심이 흔들리기 쉽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건전하고 성실한 삶을 살고 있다면 다른 사람의 평판에 연연하며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니체는 자기를 사랑하고 현실을 긍정하라고 했다.
칸트가 “네가 하려는 바가 마치 자연법칙처럼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게끔 행동하라” 내가 하려는 바가 마치 법칙처럼 누가 해도 무리 없는 일인지를 검토해보라고 한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간과한 체 너무 많은 것을 얻으려는 욕심에 집착한다면 좌절과 실망과 인생 자체에 대한 회의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인기는 썰물과 밀물 같아서 오래 머물지 않는다. 가장 강력한 적은 자신이다. 내부의 적인 자기 자신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인기에 집착하고 성공에 집착하며 누가 해도 무리 없는 일에 대한 검토를 게을리 하여 자신의 한계를 잊어버린 체 무리한 경쟁과 인기를 얻으려는 계획은 결국 자신을 매우 고통에 허덕이게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눈앞에 이익이 종종 판단을 흐리게 한다. 그래서 코비는 인생에서 진정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하라고 물음을 던졌는지 모른다. 눈앞에 이익에 급급하여 소중한 무언가를 잃는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서는 분명히 잃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과 이유가 있다. 원인과 결과는 모두 나에서 출발한다. 성현들은 악조건을 긍정적이며 발전적으로 변화시키는데 앞장섰다. 그리고 꾸준히 자기 계발을 하는데 망설이거나 멈추지 않았다. 만약 성현들이 지적 오만함으로 자만에 빠졌다면 우리는 그들의 삶에서 긍정적인 철학을 받아들이는데 망설였을 것이다. 하지만 극한 상황에 대처하는 성현들의 삶의 방식은 우리가 삶에서 지치고 고단할 때 치료제처럼 회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고난과 역경을 뚜렷한 의지를 갖고 헤쳐 나가고 있거나 자기 계발에 멈추지 않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인생고수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주어진 환경에서 나름대로 해석하고 상황에 맞는 대처 방법이 필요하다. 부정적인 방법이 결코 좋은 해결책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다. 성현들의 삶의 방식이 긍정적이며 정직과 올곧은 인품이 자리하는 까닭이다. 인생고수들의 공통점은 의지가 확고하고 주어진 삶에 대해 방관하지 않는 것이다. 악(惡)에 맞서 정의롭게 대처하고 선(善)을 행하는데 주저 하지 않는 것이었다.
칸트의 묘비명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나의 마음을 채우고, 내가 그것에 대해 더 자주, 더 깊이 생각하면 할수록 늘 새로운 경외심과 존경심을 더해주는 것 두 가지가 있다. 머리 위에 빛나는 하늘, 그리고 내 마음속의 도덕법칙”. 여유와 평화, 인내와 근면을 상징하는 기축년 소의 해에 진정 소중하고 중요한 것에 의미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겠다.<양금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