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유를 누리며 살아가기를 원한다. 이념에서든 종교에서든 하는 일에서든지 간에. 그러나 저마다 갖고 있는 욕심 때문에 그렇게 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권력과 명예와 재물에 대한 욕구를 물리치기란 더욱 어렵다.

지난 연말에 친구가 나에게, 부와 명예, 권력 셋 중에서 하나를 고르라면 어느 것을 택하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한참 뜸을 들인 후, 명예를 갖고 싶다고 했다. 친구는 에이 바보! 권력을 가지면 명예와 돈은 따라오는데 하며 깔깔댔다.

나는 권력을 탐하지 않는다. 특히 정도를 벗어난 길은 가지 않겠다. 능력이 거기에 따라가지도 못하지만, 또 내게 주어진다 해도 사양하겠다. 왜냐하면 내 이름에 오명을 덧씌우고 싶지 않아서다.

따지고 보면 명예도 다 부질없는 허욕에 불과하다. 그저 자기에게 주어진 대로 최선을 다하고 살면 그만일 텐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올해는 비가 갠 뒤의 바람과 달처럼 마음결이 명쾌하고, 집착이 없으며, 시원하고 깨끗한 인품의 사람들을 벗하며 살아가고 싶다.

새해 첫 날, 해돋이를 보려고 오름을 찾았다. 온 세상이 은세계여서 동화의 나라에 온 듯했다. 이른 새벽 싸한 기운이 신비롭기까지 했다. 눈 위에서는 억새가 서걱대고 있었다. 아직 사위지 못한 그리움을 안고 있는 것 같았다. 코끝에 와 닿는 마른 꽃의 향기는 기분까지 상쾌하게 했다.

오름 정상에서 장엄하게 모습을 드러낼 붉은 해를 기다리며 난 마음속으로, ‘올해는 진정한 자유인이 되게 하여 주십시오’ 하고 빌었다. 내가 원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새해 첫 날 마음가짐이 그대로 이어지길 소망했다.

물론 지금껏 구속된 삶을 살아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진정한 자유를 누리며 살아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에서 벗어나는 게 자유라 여긴다. 나는 정반대다. 내가 추구하는 자유는 구속의 반대어로서의 의미가 아니다.

사랑에서든 하는 일에서든지 간에 온 심혈을 기울여 심취해 있을 때, 그때서야 난 진정한 자유를 느낀다. 남을 미워하고 시기하고 헐뜯지 않는 자유인, 상대방의 아픔과 상처까지도 포근하게 감싸 안을 줄 아는 자유인이길 원한다.

화해와 용서로 주위 사람들을 끌어안는 포용력도 갖춘 그런 자유인, 부와 명예와 권력을 떠나 진정한 자유인으로 올 한 해를 살아가고 싶다.

맑은 기운을 가슴 가득 안고 오름을 내려오고 있었다. 하얀 눈이 내려앉은 대지가 아닌 마음속에 새해의 상서로운 기가 가득 채워졌다.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