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형순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연구사

곶자왈에 대한 평가나 연구가 주로 곶자왈의 과거와 현재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많은 성과도 있었고, 개발, 파괴와 같은 현재 안고 있는 문제들도 진행형의 과제이다. 앞으로 곶자왈은 자연적으로 또 인위적으로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를 예측하고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제주지역의 산림과 관련된 주제들 중 가장 큰 핵심적 화두는 소나무재선충병이다. 곶자왈에도 당연히 소나무림(곰솔림)이 존재한다. 전체 곶자왈의 약 7%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2007년, 국토연구원), 소나무재선충병의 창궐로 인해 곶자왈에서도 곰솔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

기온이 계속 상승한다고 가정할 시 곶자왈 내의 곰솔림을 비롯한 낙엽활엽수림은 점차 줄어들고, 반대로 녹나무나 가시나무와 같은 상록활엽수로 구성된 숲들의 면적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연현상에 의한 곶자왈의 변화는 인위적인 노력에 의해 그 속도를 미약하게나마 늦출 수는 있지만, 큰 흐름과 변화를 막을 수는 없다. 생각컨데 곶자왈에서 사라져가는, 그리고 매우 시급한 것은 인문사회자원이다. 인문사회자원은 말 그대로 사람들이 만들어낸 문화이자 역사이기 때문에 사람이 유지하고 보존하고 전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제주어와 관련하여, 곶자왈 뿐만 아니라 제주도 전반에 해당하는 문제일 터인데, 곶자왈과 그 주변의 옛 지명들은 곧 소멸될 것으로 생각된다.

제주고고학 연구소의 강창화 소장이 2014년에 작성한 보고서에는 한경 지역의 저지, 청수, 무릉곶자왈 지역에 사는 주민들로부터 채록한 곶자왈 내의 옛 지명들이 매우 많이 나타난다. 저지곶자왈 지역에서는 돌혹이물, 앞새물, 알못, 되빌레물, 강정곤물, 어둔물 등 물(봉천수)과 관련된 지명들이 많다.

이외에도 새양목, 하니토왓, 총벌른곶, 강정동산 등 약 80여개의 옛 지명들이 채록되어 있다. 청수곶자왈 지역에서는 마진흘, 족은지글, 소롱다로, 셋궁돌, 소왕물 등 30여개, 무릉곶자왈 지역에서는 불칸밭, 개동산, 봉근물, 황물고비 등 20여개가 기록되어 있다. (인터뷰를 통한 채록이기 때문에 언어학적 어휘 분석은 되어 있지 않고, 방언형 지명이나 위치확인이 불가한 곳도 있는 한계가 있다) 이 지명들은 그 지역에 살고 계신 분들, 특히 7∼80대 고령층의 주민들과의 인터뷰를 통하여 기록하게 된 것들이다.

곶자왈이 제주사람들의 삶의 터전이었으나, 현재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 세대가 경험하였거나 부모 세대를 통해 알게 된 정도의 사실이 채록이 되는 수준이기 때문에 제주어의 쇠퇴, 소멸의 속도처럼 옛 지명들도 급속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 지역이나마 이 정도 수준으로 기록, 보관된 것이 다행이라 할 수 있지만, 다른 곶자왈 지역도 조금씩 다른 지명들이 당연히 존재할 것이며, 그 지명을 통해 옛 곶자왈의 삶을 탐색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기 때문에 사라지기 전에 보존해야 할 것 중 매우 중요한 인문자산이라 할 수 있다.

산업화 이전까지의 곶자왈 지역의 주요 생활수단 중 하나였던 숯의 생산과 유통활동에 대한 기록은 거의 없기 때문에 사라져간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이다.

앞에서 언급한 보고서에 숯 생산을 했던 주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일부 기록이 있다. 광복 이후 숯의 생산은 1950∼60년, 약 10여년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며, 숯가마에서 굽는 방식에 따라 곰숯, 작대기숯, 말숯으로 구분된다. 저지-청수-산양리 주민들이 생산한 숯은 보통 모슬포와 한림오일장을 통해서 판매되었는데, 당시 모슬포 주변지역의 제 1훈련소가 있어 군인과 군인가족, 그리고 전쟁을 피해 들어온 피난민들이 있기 때문에 판매하기가 쉬웠다고 한다.

이 것 역시 이 지역에 대한 연구일 뿐, 다른 곶자왈 지역도 분명 다른 형태의 생산과 유통활동이 있었을 것이 틀림없다.

곶자왈의 다양한 유형의 자원들 -동식물을 비롯한 생물자원, 인문사회자원, 지질 및 수자원- 모두 중요하고 가치 있으며, 소실되면 복구하거나 회복하기 어렵다. 생물자원, 수자원, 지질자원 들은 모두 유무형의 천연자원이다. 인간의 노력 여하에 따라 잘 보존될 수 있기도 하고 어느정도 한계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인문사회자원의 보존과 유지와 계승은 전적으로 사람들의 의지와 노력하기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