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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제주칼럼 |
봄, 되돌이표 강순복 | jejupress@jejupres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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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순복 동화작가 |
상상만 해도 찬란한 봄이 오고 있다.
이 봄엔 외롭고 아픈 사람들이 훌훌 털고 일어나 손잡고 따뜻한 길을 걸었으면 하는 기대를 해 본다.
춥고 배고픈 사람들은 모여라!
아프고 외로운 사람들도 모여라!
억울하고 분해서 겨울이 너무 길었던 사람들도 모여라!
우리 같이 손잡고 마음껏 웃을 수 있는 봄이 오고 있으니. 그대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이 봄에는 결코 희망을 버리거나 저버리지 않기를!
노랑 새끼병아리가 종종걸음으로 마당 헤집고 다니고 물오른 버들강아지 살포시 인사 건네는 날이면 괜스레 마음 설레고 희망이 차오르는 것이다.
해마다 때 되면 오는 계절 중에 봄은 단연 으뜸인 것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단어에는 마음 설레고 사랑이 와 줄듯 들뜨게 하는 그 무엇이 있으니 어찌 아름답지 않겠는가?
새소리 청아하게 들리는 날, 집 앞 시냇가에 좔좔 물 흐르면 동네 아줌마들 빨래하는 방망이질 소리에 화답이라도 하듯 시냇가 마다 지천으로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분홍빛 진달래와 철쭉들은 지금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시내 잔디 동산에서 흐르는 콧물 옷소매로 닦으며 연 날리던 우리 아이들은 다 어디로 숨어 버렸을까? 아무리 애타게 기다려도 그런 봄은 이미 멀어져 버렸으니 문명의 발달은 우리 삶에 득일까 실일까?
마을에 잔치라도 있는 날이면 며칠 전부터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어 서로 돕고 일하던 우리의 아름다운 수 눌음 관습은 언제부터 사라져 버렸을까?
아래층에서 항의라도 할까 봐 자라는 아이들에게 발뒤꿈치를 들고 걷게 하는 이 조심스러움은 이웃과 대화를 단절시키고 웃음을 사라지게 하였으니 과연 우리가 사는 이 현실은 우리에게 득일까 실일까?
지나치게 빠른 과학이 진보로 너무나 편리해진 현실 속 편안하게 안주하지 못하는 것은 필자가 과거에 집착한 편향 때문일까? 과거보다 나아진 복지 정책, 법치국가라는 틀에 살고 있는데도 왜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은 더 증가하고 있을까?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폐지를 주어서 생활하는데 한 달 수입이 십여만 원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공무원 연금이 십 분의 일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말도 되지 않는 살기 좋은 나라 복지 사회다. 현대판 고려장을 할 수밖에 없는 동전의 양면성 같은 현실 속에서 왜 나는 자꾸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지는 걸까?
내가 사는 대한민국은 과연 아름다운 금수강산 살기 좋은 나라일까?
우리에게 처한 이 사회는 그렇게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자연이야 누렇게 뜬 잔디도 아름답게 느껴지겠지만,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는 법 위에 돈이 있어서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결코 아름다울 수만은 없는 것이 필자가 사는 현실이다.
이 봄엔 아름다운 것만 보고 듣고 살고 싶은데 나의 바램이 무색해 버릴 것이 어디 내 탓이던가?
어른이 되면서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는 사람들 속에는 기분 좋은, 그래서 그 삶을 본받고 싶은 사람도 있지만 더러는 침을 뱉어 주고 싶을 만큼 역겨운 사람들도 있으니.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반드시 만나야만 되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야 한다. 살기 위해서 상생해야만 하는 사회 속에서 나는 과연 얼마나 많이 아름다운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며 살고 있는가.
이 봄엔 착한 사람들과 만나고 싶고 아이들이 마음껏 웃는 소리를 듣고 싶다. 살아갈 시간이 살아온 시간보다 짧은 인생에서 참으로 정직하고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주위를 환하게 비춰 주는 그런 삶을 이 봄엔 살아 봐야겠다.
장마철 눅눅하게 가라앉은 기분 들게 하는 사람들과 잠시 이별하고 별것 아닌 것에 까르르 웃어 주는 사람들을 만나며 비록 비현실적이라 업신여김을 당하더라도 이 봄엔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아날로그 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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