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신앙(folk-belief)은 자연 현상에 대한 미신적인 태도에서 흔하게 드러난다. 인간의 일상적인 생활에서 경험하지 못한 것과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사건의 원인을 모두 신에게 귀결시킨다. 민중들은 자신이 인식 범위인 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인간이 접근할 수 없는 어떤 존재가 인간에게 주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생겨난 민간신앙은 종교와 같이 조직적인 교리나 신조 그리고 과학적 근거 없이 불합리한 것을 믿는 것이다.

신앙은 제각기 자신이 믿는 신을 절대시 하고 자신이 가진 신앙이 가장 옳다고 믿는 것이므로, 어느 것이 옳다는 기준은 없다. 게다가 신앙은 과학에 의해 바르고 사악함을 판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미신이라는 말 자체에 잘못이라는 가치 판단이 수반되어 있어서 개념 규정이 곤란하다. 서민층에서 널리 확산되어 오랜 세월을 거쳐 계승되어 오면서 그것이 생활화되어 관습이 되어 버린 민간신앙은 미약한 인간들에게는 자연의 위협, 질병, 기근, 등에 시달리고 알 수 없는 내일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의지할 대상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러한 신앙은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널리 분포되어 있고 한 민족, 한 국가 내의 그 지방의 종교 사상과 혼합되어있다. 민간신앙 층의 영역은 공동체의 일상생활에서 생활하는 서민들이 그 기층문화를 이루고 있으며, 지역사회 안에서 생활하는 작은 규모의 생활공동체에 국한되어 있어 지역적 특수성을 지닌 공동체 신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도의 각 마을에서는 해마다 유교식 포제와 무속적인 마을제인 당굿을 하고 있다. 이렇게 주기적으로 행하는 세시풍속은 생산 공동체이자 신앙공동체를 유지하는 기반이 되어 왔다. 당굿과 포제는 원래 하나였던 것으로 후대에 와서 여성이 주도하는 당굿(마을 굿)과 남성이 주도하는 유교식 마을제로 분리되었다. 남녀 모두 하나가 되어 행해지는 공동의 축제이며, 한 해 농사의 풍등을 기원하는 세시였던 당굿이 정치적?경제?#65533;사회적 기능의 분화로 조선조에 와서 원래 무속으로서의 당굿과 유교식 제의로서의 포제로 분리된 것이다.

이러한 마을제가 1970년 새마을사업이 한창 진행될 때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념의 잣대로 억지로 세상을 맞추어 일종의 미신행위라 여겨 제단들을 파괴하였던 것이다. 제주민의 오래된 제식과 신념의 발단인 마을제는 척박한 땅에서 삶을 일구어 살아오면서 마음속의 캄캄한 현실을 벗어나 초월적 신비의 세계로 나아가려고 한 것이 아니다. 현실에 순응하면서 그 속에서 지혜를 찾았던 것이다.

신의 개념이 예전에 의미가 있었듯이 지금도 의미가 있고 앞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숫자와 기호로 이루어진 과학의 첨단기술로 인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합리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인간의 생사의 의미에서 민간신앙, 특히 제주에서의 민간신앙은 상상을 초월한 정신적인 작용에 의거해 제주문화를 구축해 왔다고 볼 수 있다.<박근영/제주정신문화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