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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기철/시인 |
지난 주말 오후에 간 서울 삼청동 카페거리는 사람들로 넘쳤다.
물 맑고, 산 맑고, 사람들 마음도 맑아 삼청三淸이라 했다는데, 전통한옥과 어우러진 아기자기한 카페, 맛집들은 여기가 이미 명소名所임을 알게 했다. 거기 길옆 삼층으로 지어진 크지 않은 한옥 무봉헌舞縫軒이라는 데서 ‘제1회 작은詩앗·채송화 신인상 시상식’이 있었다.
‘작은詩앗·채송화’ 동인은 우리 시가 점점 장형화, 요설화하여 독자와 멀어지고 있어, 짧고, 찰지고 단단한 시, 몇 줄의 시행 속에 깊고 아득한 울림을 담아내는 시를 쓰고 확산 시키자는 취지로 2008년 출범했었다.
그간 동인지 12호를 발간해 오면서 원로 중견 초대시 30여 명, 각 지역의 동료 시인 80여 명, 좋은 시 80여 명, 시론 12명 등이 참여하여 시단의 좋은 반응을 얻어가고 있다.
신인상 수상자는 오은정이라는 탈북 여성인데, 그녀는 1992년 함경북도 경성군에서 태어나 거기 인민학교를 졸업하고 고등중학교를 다녔다.
18세 때인 2009년 어머니와 북한을 떠나 서울에 와서 여기 학교를 졸업하고 지금 대학에 재학 중이다.
그녀를 발견하게 된 건 작년 12월〈문학의집·서울〉에서 있었던 ‘평화통일 시대의 문학-분단 70년의 극복을 위하여’를 주제로 열린 ‘2014서울문학인대회’에서였다.
윤효 동인이 참석했었다.
어느 발제자가 ‘남북한 문학에 대한 소감’을 발표하면서 탈북 여성의 시라며 ‘종자’를 소개하였는데, 단 석 줄의 시를 듣는 순간 청중들이 술렁였다.
북한의 실상을 전하는 그 어떤 다큐필름이나 증언을 넘는, 전율에 가까운 감동으로 청중들을 압도했던 것이다.
우리 동인이 추구하는 ‘자발적 가난’의 시학에 뿌리를 둔 짧은 시행 속에 존재의 실상을 온전히 담아낼 줄 아는 그는 이미 시인이었다.
그 후, 연락을 하여 만나 그의 시들을 함께 읽었고, ‘종자’를 포함한 5편의 시를 신인 작품으로 ‘채송화’12호에 소개하게 된 것이다.
시상식에는 서정춘, 신달자, 이수익, 문효치, 유재영, 권달웅, 이은봉 시인 등이 와 격려를 해 주었다.
사랑방 같은 무봉헌의 3층에서 각기 독상 앞에 앉아 차를 마시며 조촐히 행해진 시회詩會 같은 시상식이었다.
서정춘 시인은 ‘심을 것인가/먹을 것인가//봄이면 찾아오는 유혹’(오은정, ’종자‘)과 ‘어리고, 배고픈 자식이 고향을 떴다/ 아가, 애비 말 잊지 마라/가서 배불리 먹고 사는 곳/그곳이 고향이란다’(서정춘, ‘30년 전-1959년’)를 암송하며 이 두 시를 결혼 시켜 더 큰 시의 아이를 낳게 하고 싶다는 덕담을 했다.
다음 날, 뒤풀이에서 술 한잔이 부족하게 헤어진 서 시인께 문자를 보내니, ‘아직 서울에 있으면 내일 만날 수 있을라나?’ 하는 답이 왔다.
만나진 못하고, 한 시간의 통화, 야간 중고교를 다니며 마부의 아들로 계모 밑에서 온갖 고생을 하다 고향을 떠나던 때를 회상하는 선생의 목소리가 절절했다.
스물네 살의 그녀를 보며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렸다.
스무 살도 되기 전 1.4후퇴 때 단신 월남하여 늘 고향을 그리워하다 눈을 감으신 어머니. 여기에서의 그녀의 앞날이 크게 힘들지 않기를, 시인의 길이 잘 열리기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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