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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문호 기자 |
지난 해 만난 영국인 친구가 들려준 얘기가 있다. 지금도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인상적이었다.
영국 북부의 어느 도시 이야기였다. 이 소도시에 가면 조금은 이상한(?) 광경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슈퍼마켓에서 남자들이 한 손을 다소곳이 올린 채로 걷는다는 것이다. 서양의 영화에서 여자들이 치마를 한 손으로 올리고 걷는 장면을 떠올리면 되겠다.
이 남자들이 덩치는 산(山)만하고 얼굴도 우락부락하게 생겼다는 사실은 이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한다. 한국에서도 성인 남자가 우아하게 한 손을 든 채로 걷는다고 생각해 보자.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 남자를 과연 어떻게 볼까?
하지만 우아한 자태(?)의 영국 남자들이 왜 저러고 다니는지를 들었을 땐 허를 찔린 느낌이 들었다. 이들의 직업은 유전공. 북해의 차가운 바람과 격랑 속에서 심해의 기름을 길어올리는 일꾼들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위험은 상수이다. 언제 어디서 돌풍이 쳐서 이들을 종잇장처럼 날려 버릴지 모른다. 격렬한 북해의 풍랑은 누구라도 집어삼킬 기세로 덤벼든다.
이러한 혹독한 환경에서 사고를 방지하려면 엄격한 안전 기준을 세워서 이를 고수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영국 정부는 이들이 계단을 오르내릴 때 무조건 난간을 잡고 걷게 했단다. 이를 지키지 않다가 안전 관리자에게 발각되면 그 자리에서 짐을 싸야 한다. 지위 고하, 이유 불문이다. 그렇다 보니 이것이 습관이 됐고, 육지에서도 이런 상황이 연출된다는 얘기다.
며칠 전 인천 강화도의 글램핑장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에 영국인 친구의 얘기가 떠올랐다. 세월호 사건 직후 만나 들은 얘기라서 더 기억에 남았나 보다. 우리는 ‘안전 의식’을 그냥 웃어넘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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