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수석/제주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추운 겨울이 가고 봄비와 함께 찾아오는 꽃샘추위까지 물러나면 바야흐로 따뜻하고 활기찬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대학 캠퍼스에서의 봄은 역시 새내기들의 신선함과 활기참으로 시작된다. 끝이 없을 것만 같았던 길고 추운 입시라는 긴 겨울을 지나온 새내기들은 대학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낯선 친구들과 선배들을 만나고, 고등학교 교실이 아닌 대학 강의실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강의를 선택하여 자신만의 시간을 조절해 가면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대학이라는 공간이 전통적으로 자유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여러 이유 중의 하나도 아마 입시고통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스스로 계획하고 만들어 나가는 새내기들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2월말과 3월초 사이 대학 캠퍼스를 거닐다 보면 이름과 학번이 적힌 이름표를 목에 걸고 서로 서먹해하는 여러 명의 학생들이 함께 걸어 다니는 광경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십중팔구 이제 막 입학하여 선배들과 친구들을 사귀는 새내기들과 후배들에게 대학생활을 안내해주는 ‘헌내기’라고 불리는 대학 2학년 선배들이다. 3월 말이 되어 본격적인 봄이 시작되면 새내기들은 대학에서의 수업방식에도 익숙해지고, 오리엔테이션이나 엠티를 통해 선배들 그리고 친구들과도 친해지게 된다. 낯선 환경에 처음 내던져졌을 때인 3월 초와 비교하여 대학생활에 제법 익숙해지고 기대와 희망으로 따뜻한 얼굴의 표정이 봄날의 벚꽃처럼 만연할 때이다.
그런데 요즘 대학 신입생들을 보면 밝고 화사한 느낌 보다는 뭔가 풀이 죽어 있는 듯 한 느낌을 종종 가지게 된다. 대학입시라는 힘든 관문을 지나왔지만 취업이라는 큰 문턱이 너무나 빨리 현실감 있게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문화, 공연예술, 취미생활이 주를 이루었던 대학 동아리들은 취업을 준비하는 스터디 그룹인지 동아리인지 모를 모임에 자리를 내어 준지 오래 되었다. 불과 몇 달 전까지 그토록 지겹게 다녔던 입시관련 학원은, 이른바 ‘영어 스펙’이라고 불리는 토익 점수를 더 받기위한 영어 학원으로 대체된다. 그나마 고등학교와 다른 점은 용돈을 벌기위한 아르바이트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마저도 자신이 하고 싶은 무언가를 하거나 갖고 싶은 무언가를 사기위해 일을 하기 보다는 대학 등록금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하는 경우가 대다수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