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중/제주대학교 생명공학부 교수

초등학교를 국민학교라고 부르던 3학년인가 4학년 때, 산수시간에 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문제를 칠판에 적어 놓으시고, 그 날자에 맞추어 해당 번호 학생이 나가서 문제를 푸는 시간이었다. 마침 내 번호에 해당되는 날이라 호출을 받고 단상에 나가서 문제를 풀었다. 아마도 분수와 관련된 문제였던 것 같다. 한참 풀고, 맞게 풀었음을 확신하며 의기양양하게 선생님을 쳐다본 순간 “정답이 맞긴 한데, 쉽게 풀 수 있는 문제인데, 돌고 돌아 어렵게 풀었구나.”라는 말씀을 해주셔서 약간의 당황스러움과 그래도 문제는 맞게 풀었다는 안도감이 의자에 앉는 순간 함께 밀려왔던 기억이 남아있다.
우리나라의 초·중·고의 학교와 학원 교육은 선생님들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입이라고 하는 큰 벽을 넘기 위해 주어진 시간에 문제를 빠르고 쉽게 풀어 높은 점수를 얻는 교육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는 몇 분의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푸념 반, 걱정 반의 이야기를 들어 보아도 요즘 교육은 기초를 튼튼히 하는 교육보다는 문제 잘 푸는 기계로 학생들을 만드는 것 같다고 하신다. 대학생에게서도 이러한 모습은 많이 나타난다. 매학기 초의 수강신청 현황을 보면 어렵거나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과목의 경우 전공에서 필요한 과목일 지라도 수강을 기피하여 폐강되는 과목의 비율이 높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면서 느끼는 학문의 흐름도 별반 다름이 없어 보인다. 내가 수행하고 있는 연구 분야에서도 예전의 재배나 육종 등 포장에서 수행하는 연구나 실험(field work), 교육은 차츰 줄어들고, 실험실 내에서 수행하는 실험(benchwork)의 연구는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는 이야기를 주위 연구자로부터 많이 듣는다. 더불어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 퇴임 등으로 인해 학교 및 연구 현장에서 떠나고 있어 향후 교육에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