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주의 투자진흥지구 제도는 관광객 수용 시설을 늘려 숙박난을 해소하는데 일정 부분 기여했다. 하지만 일부 세금 면제 혜택만 받고 사업을 미루거나, 부동산을 되파는 등으로 이른바 ‘먹튀’ 논란을 일으키면서 도민적 불신을 사고 있다.
제주투자진흥지구는 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 따라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정한 특정지역이다. 투자 대상은 관광·교육·의료·첨단산업 등이다. 지구 지정을 받아 미화 5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국내·외 기업에 대해서는 취득세와 재산세 등 지방세가 10년간 면제된다.

                    2
이런 호조건 속에 2008년 이후 지정된 제주투자진흥지구는 모두 48곳(총 투자규모 11조4000억원)에 이른다. 유형별로는 전문휴양업 19곳, 관광호텔업 12곳, 종합휴양업 9곳 등이다. 사업이 완료돼 운영 중인 곳은 29곳 뿐, 나머지는 일부만 운영 중이거나, 공사중 또는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곳도 여러 군데다.
현행 투자진흥지구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투자가 숙박시설에 집중돼 있고, 일부 사업자의 경우 토지 또는 건물을 중국인 등에 되팔아 부동산 투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세제 혜택도 받고, 부동산도 매입가보다 높게 받아 챙겨 이중 혜택을 누리는 악행으로 지탄받고 있다.

                    3
결국 제주도는 말많고 탈많은 투자진흥지구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히 관광호텔은 투자금액을 현재 500만 달러에서 2000만 달러로 올리고, 풍력발전사업을 투자진흥지구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면한 과제는 투자진흥지구 지정 제도를 투자유치 우선에서 자연·경관보호 우선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무분별한 풍력발전 역시 오름과 바다 등 제주만이 지닌 수려한 자연경관을 훼손하는 시설물이어서 규제가 절실하다. 이처럼 다른 휴양시설과 관광시설도 대폭 규제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먹튀와 함께 환경을 망가뜨리는 지구 지정은 용납할 수 없다.
제주도는 지구관리를 강화하는 정책만으로는 부실 지정과 미이행 사업자를 규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휴양·호텔 등 서비스 업종은 더 이상 지구 지정을 중단해야 한다. 대신에 실질적인 고용창출과 지역경제에 보다 더 기여할 수 있는 대규모 야간 관광공연장 등 문화시설과 첨단산업시설, 각종 중앙단위 연수시설 등의 투자진흥지구 지정 유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