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세월호 참사로 304명의 생떼같은 목숨이 속수무책으로 수장되던 그때 국민들은 ‘이런게 무슨 국가냐’며 분노하고 좌절했다. 그리고 그 물음과 분노는 현재진행형이다.

‘컨트롤타워’는 실종되고 우와좌왕하는 정부와 관련기관들의 헛발질속에 295명이 끝내 주검으로 돌아왔고, 9명은 아직도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채 세월호와 함께 깊은 바닷속에 수장당했다. ‘관피아’ ‘해피아’ 등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드러난 대한민국의 뿌리깊은 비리 구조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를 통해 다시 민낯을 내밀고 있다.

성역에 갇힌 참사 진상규명
참사 이후 지금까지 세월호와 관련해 399명이 입건돼 154명이 구속됐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 국회 국정조사 등에서도 청와대와 국방부·국가정보원은 성역으로 둔채 청해진해운과 승무원, 해경 등 ‘깃털’만 건드리고 있다는 눈총이 따갑다.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실종된 7시간’과 청와대 보고의 실상과 경로에 대한 제대로 된 규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의 지휘·보고체계와 감독-피감기관간 구조적 유착행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응징도 감감무소속이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에야 닻을 올린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정부가 내놓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에 발목이 잡혔다. 세월호특별법에 명시된 조직과 정원을 대폭 축소하고, 정부 파견 공무원들이 특별조사위 업무를 종합 조정하도록 함으로써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진상 규명을 방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세월호특별법에 위원회 산하에 진상규명·안전사회·피해자지원 3개 소위원회를 두고 위원장이 지휘·감독하도록 명시됐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정부에서 파견하는 공무원이 기획조정실장과 기획총괄담당관을 맡게 했다. 잠재적 조사대상인 공무원이 위원회 업무를 종합 조정한다는 건 ‘고양이 앞에 생선을 맡기는 격’이나 다름없다.

3국체제 였던 특별조사위원회 조직도 1국 2과, 120명으로 명시된 정원도 90명으로 줄였다. 여기에 진상규명 범위를 ‘정부 자료 조사 분석’으로 규정한 대목에 이르면, 정부가 지난해 5월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밝힌 철저한 진상규명 약속을 이행할 생각이나 있는지 궁금해진다.

엄청난 비용이니 뭐니 운운하며 세월호 인양에 주저주저했던 정부와 새누리당 일각의 행태 또한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제대로 된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를 의심케하는 대목이다. 세월호를 인양하지 않고 과적상태에서 침몰한 1차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는 급변침이 왜 필요했는지, 정전은 왜 일어났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결국 침몰했는지 등을 어떻게 제대로 밝혀낼수 있다는 말인가.

대통령은 남미로…‘따로따로’ 추모
세월호 유가족들이 박 대통령이 세월호 인양과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에 대한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참사 1주기 추모행사를 하지 않겠다며 거리로 나선 가운데 박 대통령은 오늘 남미순방길에 나선다고 한다. 정부와 유가족 등이 함께하는 공식 추모행사는 없다.

게다가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어제 미국 출장을 떠났고, 황우여 사회부총리와 일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하느라 이런저런 추모행사에 불참한다. 국민안전처는 오늘 박인용 장관과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민안전 다짐대회’라는 것을 따로 열 모양이다.

어제는 1만7100여명의 교사들이 세월호 선체 인양과 명확한 진실 규명 및 책임자 처벌, 특별법 시행령 폐지 등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하며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물었다. ‘성완종 리스트’로 온 나라가 들썩이는 지금 박근혜 정부에 다시 묻는다. 이것이 ‘100% 대한민국, 국민대통합의 시대’로 가는 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