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에 대한 행정자치부의 빈곤한 역사인식과 ‘찌질한’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4·3 희생자 추념식 당시에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놓고 극우보수세력에 휘둘려 4·3평화상 수상자 선정을 문제삼아 지난 13일 뒤늦게 제주도감사위원회에 감사를 요구한 것을 두고 하는 얘기다.

제주4·3평화재단이 제정한 제주 4·3평화상 초대 수상자로 선정된 김석범 재일 작가는 지난 1957년 발표한 최초의 4·3 소설 「까마귀의 죽음」을 통해 일본사회에 제주 4·3의 진실을 알렸다. 1976~1977년 일본 문예춘추사 ‘문학계’에 연재한 4·3 대하소설 「화산도」는 새로운 문학사조를 이룬 역작으로 평가돼 1984년 일본 아사히신문 ‘오사라기지로상’과 1998년 ‘마이니치 예술상’을 받았다고 한다.

김 선생은 1987년 도쿄와 오사카에 ‘제주 4·3을 생각하는 모임’ 결성을 주도해 진상규명 운동에 불을 지피고, 일본 주요 일간지에 제국주의와 과거사 청산에 대한 비판적 칼럼을 게제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재일 한국인사회의 평화·인권운동의 상징적 존재로 인정되는 김 선생의 4·3평화상 수상자 선정은 당연한 귀결이나 다름없다.

김 선생이 4·3 평화상 수상 소감에서 들춰낸 남북분단과 청산하지 못한 친일파 등 해방공간에서 벌어진 한국현대사의 치부(恥部)는 아프지만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그럼에도 극우보수세력의 습관적인 딴지걸기에 행자부가 또다시 부화뇌동(附和雷同)하고 나선 것이다.

4·3 희생자 재심의 운운에 이은 추념식 식전행사 합창곡 선정 개입도 모자라 4·3평화상 감사를 요구한 행자부의 역사인식과 행태는 ‘답’이 안나온다. 도대체 언제라야 화해와 상생의 4·3특별법 정신을 온누리에 꽃피울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