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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애월읍 상가리 관광지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 심의 과정에서 보여준 공무원들의 사업자 편들기는 상궤를 벗어난 행위로 과연 이들 공무원들에게 환경 행정을 맡겨도 될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제주도는 최근 상가리 관광지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 회의를 열고 멸종위기인 ‘애기뿔소똥구리’ 보호대책과 사유지는 토지주의 동의를 받아 매입하도록 하는 조건을 붙여 ‘보완 동의’ 했다.
심의회의에 참석한 도청 공무원들은 “제주도가 사업자에게 투자를 권고했고, 그동안 행정절차를 밟아왔기 때문에 중단시킬 수 없다. 행정의 일관성과 신의성실의 원칙하에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본지 4월21일자 4면 보도). 이 정도면 ‘환경영향평가가 반드시 통과돼야 하니 알아서 해 달라’고 사실상 심의위원들을 압박한 것이나 다름없다.
심지어 이 자리에서 이들은 “이 사업이 잘못되면 사업자가 많은 손해를 본다”는 발언까지 했다고 한다. 도대체 환경을 보호하려는 공무원인지, 사업자 측에서 파견된 로비스트인지 헛갈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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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월읍 상가리 2156번지 일대 36만여㎡에 2018년까지 한류문화복합시설 등을 갖추는 관광지 조성사업 지역은 사업부지 80% 이상이 해발 500m(최고 해발 580m)가 넘는 곳에 위치해 있다. 이는 한라산 조망과 환경보호 측면에서 보호해야 할 중산간은 반드시 보호돼야 한다는 도민사회의 요구에 반(反)하는 것으로 이미 환경단체의 반대에 직면해 있다.
더욱이 기관인 것은 이 사업을 놓고 원희룡 지사와 환경관련 공무원들이 서로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도환경자산보전과는 19일 이 사업 환경영향평가 심의 결과 공문에서 ‘2014년 7월 원 지사의 중산간 개발 가이드라인 발표 이전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원 지사는 하루 후인 20일 주간정책회의에서 “중산간(해발 200~600m) 개발을 억제(가이드라인)한다는 방침은 확고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공무원의 발언은 일부 부적절하고 앞서 나가는 부분이 있었다”고 사실상 질책성 언급을 했다.
지금 도민들은 이 사업을 놓고 전개되고 있는 원 지사 따로, 공무원 따로 환경행정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원 지사는 소규모 사업도 아닌 대형사업을 처리하는 제주도의 환경·관광개발 행정이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는 도민들의 질책과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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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나마 원 지사가 중산간 개발 가이드라인을 꼭 지키겠다고 다짐한 것은 잘한 일이다. 그의 말대로 개발과 보존을 놓고 가치관이 충돌할 경우 환경보호가 최우선 가치가 돼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이러한 원 지사의 환경보호 우선 관광지 개발 원칙이 관련 공무원들과는 무관한 사실상 나홀로 정책이 되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원 지사의 영(令)이 먹혀들지 않고 통솔에 문제가 있어서 인지, 아니면 공무원들이 원 지사의 정책을 못마땅하게 생각해 지침을 수용하지 않아 초래된 결과인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원 지사의 불투명한 대응으로 인해 결국 상가리 관광지 환경영향 평가가 공무원들의 의지대로 조건부 심의 통과됐다는 사실은 어떤 변명을 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원 지사는 “다방면의 의견을 수렴하고 심도있는 토론을 통해 이 문제를 결론내겠다”는 자신의 다짐을 도민사회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반드시 중산간 개발 가이드라인의 원칙을 지키면 후세에 환경파괴를 자초한 도지사라는 오명은 남기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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