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본연의 기능은 생산적인 비판이다. 비판을 위한 비판, 특정 의도나 이해관계가 담긴 ‘불순한’ 비판이 아니라 권력과 그 주변에 기생하는 세력, 부도덕한 자본과 이해집단의 횡포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통해 공공의 선을 추구하고 보다 밝은 미래를 가꾸어나가기 위함이다.

언론을 사회의 공기라 함은 이런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권력과 자본에 휘둘리고 ‘짬짜미’하며 제 기능을 잃어버린 그릇된 언론은 ‘사회의 흉기’가 된다.

도민의 알 권리를 무기삼아 회사와 사주의 이익에 봉사하고, 권력에 기생해 제대로 된 비판과 지역의 미래를 위한 의제설정 등 본연의 기능을 잃어버리고 ‘받아쓰기’에 여념이 없는 판박이 지역신문도 그러하다. 지역신문의 토착권력화, 사주에 충성하며 거들먹거리는 일부 기자들의 마비된 의식은 ‘기레기’의 근원이다.

진실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반성

역동적인 사회, 복잡·다양화되는 가치들속에서 건강하고 생산적인 비판은 훼손되거나 오염되지 않은 온전한 진실을 토대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드넓은 ‘정보의 바다’에서 왜곡·조작되거나 특정목적을 지닌 ‘엉터리’ 정보를 걸러내고 진실의 맨 얼굴을 들추어내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얼마나 치열하게 눈과 귀를 어지럽히는 가림막을 걷어내고 오로지 진실을 먹고살기 위해 노력했는가 자문해보며 통렬하게 반성하지 않을수 없다. 사안에 대한 상투적인 생각이나 편견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와 의미 등을 비교·분석하지 못하고 일상적인 기사로 ‘땜질’하지 않았는지가 그 첫째다.

관(官) 위주의 보도 관행을 벗어던지지 못하고, 이런저런 기자회견과 발표 등을 ‘받아쓰기’ 하는데 매몰돼 도민들의 삶의 실상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음 또한 고백하지 않을수 없다. 신문을 다양한 시각들이 어우러지는 지역사회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내지 못하고, 소외된 이들이 목소리에 제대로 귀기울지 못했음도 그러하다.

지역의 미래를 위한 의제 선정에 미흡했고, 문제를 제기하는데 그칠뿐 생산적인 대안을 제대로 제시하기 위한 노력도 부족했음을 시인한다. 열악한 지역신문시장과 카르텔화된 기존 언론의 벽을 신문과 기자 본연의 사명을 실천함에 모자람이 많았음에 대한 핑계로 삼는 것은 게으름과 나태함에 대한 변명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공정한 지역사회의 파수꾼

우리는 건강한 비판이 없는 사회는 미래가 없고, 지역신문이 지향해야 할 가치는 최소한의 상식과 룰이 살아숨쉬는 공정한 사회의 파수꾼이라는 믿음을 갖는다. 진실의 맨 얼굴을 들추어내고 시시비비(是是非非) 를 가려 공공의 선과 가치를 추구하겠다는 다짐이다.

지엽적인 문제에 집착해 문제의 본질에 눈을 감거나, 불순한 의도가 담긴 비판을 위한 비판을 철저히 경계하면서 오로지 제주의 미래와 도민의 이익에 충성하려 한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폭넓은 소통으로 제주공동체의 발전과 도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동력으로 삼고자 한다.

이 땅의 주인인 도민들과 공론의 장을 열어 바른 길을 제시하고 보다 밝은 제주의 미래를 위한 제대로 된 의제를 설정하고 이끌어가는 것이 제주신문에 주어진 몫임을 잊지 않을 것이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구석구석에 뿌리박힌 구태를 털어내고 투명하고 공정한 지역사회를 가꾸어가는 열정도 그러하다.

지역신문으로서, 기자로서 추구해야 할 바른 가치를 온전히 지면에 담아내고, 건강한 제주공동체를 위한 다짐을 철저하게 이행하기 위해 스스로 준열하게 채찍을 들것이다. ‘지역신문이 너무 많다’는 푸념 보다는 신문다운 신문, 제대로 된 신문에 대한 도민들의 애정어린 채찍과 성원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