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진=수필가.스토리문학 발행인)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 대표팀을 4강에 올려놓으며 승승장구하던 히딩크 러시아 국가대표 감독이 지난 2월15일에 기자회견을 열어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끝으로 은퇴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최근 잉글랜드의 명문구단 첼시의 감독을 금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맡기로 하여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던 중에 나온 말이라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눈앞에 엄청난 돈이 보이는데 은퇴한다니 많은 사람들을 의아해하게 만든다. 그의 말에 의하면 “2010년 월드컵 이후 은퇴하여 탄자니아에 있는 빈곤층을 위한 자선 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영웅은 다르다. 무엇이 봉사인지 알고 있는 것이다. 히딩크는 우리 나이로 64세이다. 한참 일할 나이에 왜 은퇴할 생각을 했을까? 더 늦으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내린 숭고한 결정이다. 어린이들이 마음 놓고 축구를 하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일에 봉사하려고 한다. 그는 “그것은 단순한 일들이지만,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큰 의미를 가지는 일”이라고 말한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일을 접고 축구를 배우고 싶은 어린이, 공부를 하고 싶은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해 봉사를 하겠다는 생각은, 좀 뜨면, 돈 좀 벌면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싶어 하고 정치인을 꿈꾸는 우리나라 사람들과는 다르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히딩크만큼 능력과 부를 가진 스포츠스타였다면 대한축구협회 회장이나 대한체육회장을 하려고 들었을 것이다.
얼마 전,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홍콩의 액션스타 성룡은 평생 모은 전재산 4,000억 원을 불우이웃돕기에 써달라고 전액 기부했다고 한다. 그는 기부 후 방송국의 인터뷰를 통하여 “ 내 아들이 똑똑하면 돈을 벌고 살 것이요, 내 아들이 무능하다면 내 재산을 축낼 것이다. 그러니 나는 한 푼 남기지 않고 모두 사회에 내놓겠다”고 했다. 얼마나 의미 있는 말인가? 저절로 박수가 나온다.
가수 김장훈은 지난 9년 동안 40억 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돈을 기부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를 두고 ‘돈을 많이 버니까 많이 기부하겠지’라며 통속적인 말로 비아냥거리는 경우를 본다. 돈이 많아서 기부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연말에 자선냄비에 돈을 넣는 사람이나 수해를 입어 이재민 돕기에 기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서민들로서, 아픔을 나눌 줄 아는 사람들이다. 꼭 부가 있어야만 기부하는 것은 아니다. 미용사는 미용기술로 기부하고 집짓는 사람은 집짓는 기술로 기부하면 된다. 자장면 집 사장은 자장면 기술로 기부하지 않던가? 그런 저런 기술이 없으면 설거지와 빨래, 청소로 기부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많다.
요즘 우리나라에 주목받는 두 소녀 스타가 있다. 하나는 영화배우 문근영이고 하나는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다.
문근영은 최근 6년간 8억이란 큰돈을 사회단체에 기부했다고 한다. 그녀를 가리켜 기부천사라고도 한다. 약관의 나이에 그만한 돈을 기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거기에는 부모님의 동의가 있었을 것임에 가족에게도 큰 박수를 보낸다. 그녀가 연말에 SBS방송대상을 탈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선행이 다른 사람들로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는 SBS사주의 뜻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성룡이나 김장훈, 문근영 같은 사람들처럼 기부와 선행이 마라톤처럼 이어지는 나라가 되길 기대한다.
요즘 TV를 틀면 아무데서나 김연아를 만날 수 있다. 김연아는 지난해에 광고수입을 포함해서 40억 원을 벌어들였고 금년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어들일 것으로 언론들은 예상했다. 돈이야 벌 수 있을 때, 벌릴 때 벌어야 한다고 치자. 문제는 돈의 쓰임이다. 우리 국민들이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고, 자신의 기쁨으로 생각하는 것은 그만큼 김연아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었기 때문이다. 희망은 희망적인 행동에서 재창출된다. 김연아의 미래는 무궁무진하다. 앞으로도 엄청난 부가 그녀를 좇을 것으로 보인다. 불우한 이웃을 위해 기부하는 김연아의 모습을 기대한다. 스타란 단순히 TV에 많이 나오는 사람이 아니라, 이웃의 마음을 보살피고 치유하는 일이 진정한 스타의 몫이 아닐까. 그것이 온 국민이 김연아에게 보내는 사랑의 의미이며, 최선의 보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