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은 살아 볼만하다.
세상은 감사할 것 천지다.
사소한 것에서 행복의 조건을 찾기 시작한다면 무궁무진하게 널려 있는 행복의 조건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힘들었던 과거를 지니지 않은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많이 가졌든 적게 가졌든 누구에게나 고통이나 시련은 밀물이나 썰물처럼 밀려왔다 밀려간다. 파도는 잔잔할 때도 있고 폭풍을 동반하여 매우 거칠어질 때도 있지만 대부분 평온한 바다의 잔잔한 물결을 많이 보게 된다. 넓은 바다에는 수많은 사연들이 작은 고깃배나 원양어선이나 여객선처럼 여러 형태로 떠다닌다. 때론 풍랑을 만나 침몰하기도 하고 구조를 받기도 하며 평탄한 항해를 한다.
모두가 바라는 것은 만선의 기쁨으로 출렁이는 것이다. 때론 크루즈호를 타고 멋진 여행을 꿈꾸기도 한다. 삶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간다. 성공을 향해 노를 저으면 노를 젓는 순간은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낼 수 있겠지만 고통을 넘어서면 또 다른 삶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지금의 삶에 편안하게 안주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서 세월을 그냥 흘러 보내기에는 배워야 할 것과 알아야 할 것이 참으로 많다.
가끔 새벽에 한라산을 오를 때가 있다. 어둠도 걷히지 않은 이른 새벽인데도 분명 그곳에는 이미 산을 내려오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그들이 본 것은 무엇일까. 그들에게는 어둠을 뚫고 오르는 산행에서 무엇인가 얻은 것이 있기 때문에 이른 산행을 하는 것이리라. 달콤한 잠의 유혹을 과감하게 떨치고 일어나게 한 매력이 이른 산행을 하게 한 것이리라. 그러나 산행을 매우 좋아하지만 여명 속에서 밝아오는 아침 해를 맞는 그 풍경이 아직까지는 참 좋다. 어둠 속에 둘러싸인 숲이 잠에서 깨어날 때 깨끗한 느낌, 갓 세수하고 나온 아이의 해맑은 얼굴처럼 그런 아침을 만나는 일이 아직은 참 좋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얻을 수 있는 행복의 조건들은 사방에 널려 있다. 대부분 어린 시절을 얘기할 때 그때는 참 힘들었다며 세월을 반추한다. 그렇기에 지금 살고 있는 순간순간에 대해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도전은 도전하는 사람에게 성취라는 뿌듯함을 안겨 준다. 현재의 삶에서 조금 더 부지런하다면 도전하면서 얻을 수 있는 만족이나 성공의 요소는 많다. 원하는 방향으로 노를 저으면 그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사실을 이미 경험이 알려 주었을 것이다.
많은 핑계들은 게으름과 결탁하여 나약해질 때 위력을 발휘한다. 그 위력을 꺾기 위해 긍정적인 생각들과 함께 해야 한다. 긍정의 힘은 놀라운 힘이 있다. 긍정의 힘은 너그럽지만 결코 자만하지 않는다. 천천히 한 발 한 발 산을 오르는 것처럼 자기 조절을 필요로 한다. 정상에 오르고 나면 산을 잘 내려오는 법이 필요하다. 산을 내려 올 때는 정상정복의 만족감과 정상을 오르기 위해 쏟아버린 에너지로 인해 긴장이 풀려 넘어지기가 쉽다. 그래도 용감하게 뛰어서 산을 내려오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놀라운 에너지를 가진 그들은 또 다른 산을 넘기 위해 뛰어서 내려가야만 하는 절박한 사연이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산은 여유를 필요로 한다. 느긋하게 걸으면서 주변 풍경을 바라볼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그 사이로 얼핏 보이는 하늘과 모습이 보이지 않는 새의 노랫소리 등이 조화롭지 않은 것이 없다. 죽어서도 온전히 버섯에게 자신에 몸을 내주고 있는 나무의 모습은 우리 삶에 아름다운 요소들과 무관하지 않다. 장기를 기증하고 자신의 몸의 일부를 나눠주는 고귀한 희생이 또 다른 생명을 살려내고 새로운 삶을 살게 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어린 나무에는 이끼가 끼지 않고 오래된 나무일수록 푸른 이끼로 덮여 있거나 자신을 옥죄고 있는 덩굴 식물과 공존하는 모습은 혼자서 존재할 수 없다는 삶의 진리를 눈을 통해 말없이 보여준다.
눈이 온 산을 뒤덮었을 때는 눈빛에 취해 눈에 가려진 나무의 고통을 보지 못한다. 눈이 무게로 나무는 쓰러지거나 가지가 부러지기도 한다. 아름다움 뒤에는 희생이 있다.
양지에는 양지식물이 음지에는 음지식물이 그들만의 생존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어 내고 있는 모습은 어울림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경제가 어렵다. 삶이 팍팍하다 해도 세상에는 아름답고 팍팍하지 않은 일들이 참으로 많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기회가 온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 두려움을 갖기 시작하면 두려움의 노예가 되어 어떤 일을 하든지 손발이 묶이어 제대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출발이 늦었다고 모두 늦은 것은 아니며 시작이 빠르다고 훌륭하게 완주한다는 보장은 없다. 느림의 미학도 있다. 이왕 하는 마라톤 즐겁게 즐기면서 한다면 피로의 누적은 쉽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빨리 달리는 것만이 목적이 아닌 가족과 이웃과 일터와 새로운 시작 사이를 조화로움으로 엮어 나가다 보면 행복이 곁에 동행하고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양금희.시인.수필가>
< 저작권자 © 제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