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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성찬’으로 끝난 수평적 협치
지방자치는 주민이 지역의 문제를 자주적으로 처리하는 정치제도다. 지방의 업무를 대표해 처리하도록 주민이 선출한 단체장은 당연히 주민과 소통하고 협의해 정책을 결정하고 추진해야 한다.
그렇다면 오늘(7월1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은 민선6기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이러한 지방자치 정신에 맞게 도정을 이끌어 왔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았다. 소통보다는 불통이, 협의보다는 독주가 압도해온 1년이었다.
원 지사는 도정목표를 ‘자연.문화.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제주’로 설정했다. 제주의 최대 자산인 청정환경을 바탕으로 삶의 질을 높이고, 세계인이 찾아오는 관광지로 만든다는 전략은 제주적 가치를 잘 반영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한 도정방침의 하나인 ‘도민 중심 수평적 협치’는 출범 당시 말의 성찬으로 끝났다. 4년 임기내내 추구해도 모자랄 주요 도정방침이 1년만에 자취를 감춘 것이다. 아마도 이런 형태의 사례는 전국, 아니 세계 어느 나라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정직과 원칙’ 기대한 도민들 실망
원 지사는 ‘도지사의 권한을 도민과 함께 공유하여 수평적으로 권력을 나누는 것’을 협치의 본질로 정의했다. 각계각층의 도민의사가 정책과정에 반영되는 것 역시 협치라고 했다. 하지만 말만 무성했을 뿐 인사와 정책입안 등의 과정에서 소통과 협치가 반영된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두 번의 제주시장 인선 실패와 일부 공공기관장의 제한된 특정 범위내 인선, 그리고 정무부지사와 서울본부장의 타 지역 출신 인선, 도청 주요 자리에 측근들을 배치한 인사 등은 대표적인 불통 및 일방독주 인사사례로 꼽힌다.
정직과 원칙 존중은 자치단체장이 지녀야 할 최고의 덕목이다. 원 지사는 자신을 도운 선거캠프 사람들에게 어떤 자리도 만들어주지 않겠다고 선언해 놓고도 당선되자마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도민들에게 한 약속을 저버렸다. 원 지사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은 정직과 원칙을 기대했던 도민들로서는 여간 실망스런 일이 아니었다.
원 지사는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과 관련해서도 자주 자신의 의견을 제시해 객관화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도민들의 의견은 들어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더욱이 용역 도중인 중요 사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개인적인 의견을 언급해 비난을 사기도 했다. 지역주민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업에 대해선 입이 무거워야 하는 도지사의 본분을 지키지 않았다.
남은 3년 소통.균형 있는 도정 펴야
감귤농업인의 의견을 듣지 않고 연내 가공용 감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한 그의 감귤혁신방안 발표 역시 전형적인 소통부재에다 일방통행 행정사례다. 최근에는 느닷없이 제주항 신항만 개발계획을 내놔 도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방행정의 한 축인 도의회의 협력을 이끌어내고 지역문제에 밝은 지방의원의 경륜을 정책 결정에 활용하는 일도 도지사의 주요 업무다. 그러나 원 지사는 지난해 말 올해 예산안을 놓고 도의회와 기나긴 샅바싸움을 했다. 대화와 소통, 협의와 협력이 아닌 불통과 독주때문에 예산안 처리가 늦어져 애꿎은 도민들만 피해를 봤다.
정치인에게는 열정과 책임감과 함께 균형감각이 요구된다. 원 지사에게는 열정은 있어 보이지만, 책임감과 균형감각은 부족해 보인다. 원 지사는 지난 1년의 경험을 교훈삼아 남은 3년은 소통하고 균형을 잃지 않는 도정을 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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